[농가부채 땜질처방 이제 그만] 외국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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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외국에서도 농민들의 시위가 자주 벌어진다. 외국산 농산물 수입금지나 농산물 가격폭락 대책 요구가 농민들이 내거는 이유다. 우리처럼 "빚 때문에 못살겠다" 는 시위는 흔치 않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정부가 러시아로의 양곡수출을 금지하면서 공급과잉이 돼 농지가격이 급락하고,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을 회수하는 바람에 전체 농가의 4.2%가 파산하는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당시 미 행정부는 영농자금을 추가로 빌려주거나 세금으로 이자를 깎아주는 식의 직접지원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대신 보조금 지급을 늘려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주는 한편 연방신용법과 각 주의 파산법 등을 개정해 금융기관이 농가를 쉽게 파산시키지 못하도록 했다.

은행들은 농가와 개별 협상을 거쳐 부채상태.사업성.상환능력 등을 감안해 빚을 깎아주거나 상환을 연기해주고 회생 불가능한 농가는 파산시켰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의 부채대책도 미국의 경우와 큰 차이가 없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일본 농정을 주로 모방했기 때문에 부채대책이 우리와 유사하다. 일본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농업금융의 금리인하, 정책자금의 장기상환은 물론 6년간 6천억엔의 경감자금을 어려운 농가에 직접 지원했다.

하지만 우리가 그저 돈만 빌려준 데 그친 반면 일본은 농협직원.공무원들로 '농가 경영관리지도단' 을 구성, 농가별로 전임자를 배치해 ▶자산처분을 포함한 자구노력 지도▶대출조건 완화를 위한 금융기관과의 대리 협상▶장부정리.회계 등 경영지도사업 등을 벌였다.

우리나라처럼 정책자금을 농업금융기관이 독점 운영하는 국가는 거의 없고 금융기관들이 저마다 농민들에게 적합한 금융상품들을 개발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움말=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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