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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 과정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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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컨소시엄이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5년 가까이 공전하던 위성방송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됐다. 컬러TV 도입에 비견될만한 디지털 위성 방송은 경제적 파급 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진통〓정부가 1995년 '선진방송 5개년 계획' 을 내놓은 뒤 위성방송사업은 혼선을 거듭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를 서로 붙잡기 위해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정보통신부와 공보처는 관할권 다툼에 휘말렸고, 통합 방송법은 99년12월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국산 위성인 무궁화1호가 발사돼 공중에서 헛돈지 4년이 지난 뒤였다.

통합방송법에 따라 지난 3월 방송위원회가 출범하자 사업권을 둘러싼 컨소시엄들 간에 이전투구가 시작됐다. 로비설과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후유증을 걱정한 방송위는 '단일 컨소시엄 구성' 을 원했지만 3개 컨소시엄간의 통합협상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방송위는 결국 한국통신이 주축인 KDB와 데이콤을 중심으로 한 한국위성방송(KSB)으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아 지난 12일부터 비교심사평가에 들어갔다.

방송위는 청문회를 개최해 공정성에 신경을 썼고, 최종발표 때까지 심사결과도 철저한 보안에 부쳤다.

◇ 심사결과.전망〓김학천 건국대교수.김주언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등 방송.경영.법률.회계.시민단체출신으로 구성된 14명의 심사위원들은 KDB의 손을 들어주었다.

KDB는 '재정적 능력' 에서 8점, '채널구성.운용계획의 적정성' 에서 4점을 앞서면서 우위를 확보했다. 위성방송사업의 양대 난제로 지적돼온 재원조달과 콘텐츠 확보에서도 KDB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심사결과 디지털 위성방송 시장에도 현재의 방송시장 구도가 그대로 이어지게 됐다.

지상파 방송을 독과점 형태로 지배하고 있는 KBS.MBC.SBS가 KDB컨소시엄의 주요 주주로 참여함에 따라 '매체독점의 견제' 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은 것이다.

강대인 심사위원장(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이 19일 허가추천 조건과 관련 "특히 법인설립.채널 구성과 운용계획면에서 방송위의 공영성 실현의지가 관철되도록 하겠다" 고 말한 것도 이같은 문제 의식의 연장으로 보인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해가는 시장변화 속에서 양대 주요사업권을 따낸 한통 역시 '공룡' 으로 부상했다.

민영화를 앞둔 공기업이 IMT-2000과 위성방송 사업권을 양손에 거머쥔 것이다.

'위성방송사업자' 는 말 그대로 채널구성.운영 등을 맡은 '플랫폼사업자' 를 뜻한다. 이미 세 차례 무궁화 위성을 쏘아올린 한통은 단독으로 '위성체사업자' 도 맡고 있어 그야말로 통신과 위성방송을 아우르는 '거인' 이 됐다.

◇ 사업계획.경제적 효과〓KDB는 향후 5년간 2조 4천억원을 투입해 사업개시 5년째부터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조금을 대폭 지원, 위성방송 수신기(셋톱박스)를 무료~1만2천5백원(12개월 할부)의 싼 값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KDB는 "초기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면 4년안에 2백만 세대의 위성방송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채널은 출범 첫해인 내년 하반기 74개에서 시작해 2005년에는 1백14개로 늘어난다.

KDB는 이용요금을 월 6천9백원~3만원으로 설정했으며, PPV(프로그램당 요금제)와 NVOD(선택비디오 시청제)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위성방송은 침체에 접어든 국내 정보기술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는 "5년후 7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거두고 6만명 이상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줄 것" 이라고 밝혔다.

당장 2년 후에는 국내 위성방송 수신기 시장이 2천억원을 넘고, 수출은 13억8천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정통부의 차양호 방송위성과장은 "튼튼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국제경쟁력이 올라가면 국내기업들이 2010년에는 세계 디지털TV시장의 30%, 셋톱박스 시장의 20%를 차지할 것" 이라고 기대했다.

이철호.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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