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신혼부터 C씨의 아내는 불만을 드러내기 바빴다. “시댁 못사는 것 창피하다. 집은 낡고 퀴퀴한 냄새에 찬물밖에 안 나와서 가기 싫다. 동서들이 촌스럽다.” 명절 시댁 다녀오는 길엔 끊임없이 불평을 했다. 점점 그들의 명절나들이는 시댁=무박, 처가=3일로 바뀌었다.
C씨는 명절 때 처가 방문이 지옥에 가는 것 같았다. 장인장모는 사위 입장은 아랑곳없이 외동딸의 불만만 받아주며 사위를 나쁜 놈이라고 몰아세웠다. 친정 방문에 기세등등해진 아내는 시부모에게 처가의 절반만이라도 해달라는 남편의 하소연에 면박만 주었다. “개천에서 용 난 주제에….”
습관처럼 내뱉는 아내의 말에 가슴은 멍들었고 모멸감은 극에 달했다. 심지어 명절이 지나면 시댁 다녀와서 힘들었으니 스트레스를 푼다며 근사한 곳에서 근사한 남자들을 만나는 일도 늘었다. 결혼 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미모가 통한다며 기뻐하는 철부지 아내는 외도를 일삼았고, 이를 나무라는 남편을 그저 불구자 취급하기 바빴다. 성기피로 아내의 손에 질질 끌려온 남편 C씨는 필자에게 이렇게 토로했다. “지금 아이를 갖는 것은 불행을 더 낳는 것밖에 없어요. 불행은 저 하나만으로도 족합니다.”
C씨를 멍들게 한 것은 상대와 그 가족에 대한 아내의 공격과 멸시였다. 이는 부부 사이에 금기시되는 일 중 하나다. 가족은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혈육이자 나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가족에 대한 공격은 곧 내 근원에 대한 공격이며, 여기에는 원초적 감정이 묻어나기 쉽다. 명절증후군이나 명절 직후에 이혼율이 증가한다는 통계에 이러한 배경도 있다. 자신과 가족이 존중받길 원한다면 배우자의 가족도 존중해야 한다. 물론 여기엔 어떤 가족 구성원보다 내 배우자를 더 소중히 여기고, 양가의 지나친 개입은 적절히 선을 긋는 각자의 기본 역할도 필수다.
요즘 젊은 부부들을 보면 우리 가족문화는 점차 시댁 중심에서 처가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그들을 보면 시집간다는 말은 옛말이 된 것을 실감한다. 단언컨대, 아직은 여성들에게 더 힘든 명절이지만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남성도 늘어날 것이다. 필자의 진료실은 명절이 지나면 유달리 환자가 늘어난다. 설연휴가 끝난 뒤 얼마나 많은 환자가 어떤 안타까운 사연들을 안고 나타날지 벌써 마음이 아프다.
김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