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우미양가' 없애도 성적 뻥튀기 막기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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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내신성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교육인적자원부의 구상은 '절대평가'를 '상대평가'로 바꾸는 것이다. 이 방안은 현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2008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된다. 상당수 학생이 '수'나 '우'를 받는 성취도(평어) 평가를 없애는 대신 원점수와 석차 등급을 매기는 게 핵심 내용이다.

원점수는 과목평균과 표준편차가 함께 기록된다. 평균과 표준편차를 같이 보여주는 것은 일선 고교가 시험문제를 지나치게 쉽게 내 성적 부풀리기를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대학에서 원점수와 평균, 표준편차를 활용해 표준점수를 만들어 여러 학교 학생들의 성적을 비교하게 되면 원점수가 높다고 무조건 유리한 것도 아니다. 예컨대 국어 과목 성적이 A학교 학생은 90점(평균 80점, 표준편차 5)이고, B학교 학생은 80점(평균 70점, 표준편차 5)인 상황에서 평균과 표준편차를 반영해 표준점수를 구하면 두 학생 모두 70점으로 같아진다.

그러나 원점수를 그대로 전형에 사용하는 대학들이 많으면 성적 부풀리기를 막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또 대학들이 내신성적을 표준점수로 바꿔 사용하더라도 고교에서 시험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특정집단 학생들에게 부풀린 점수를 줄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시험문제를 다소 어렵게 내되 상위권 학생들이 대부분 풀 만한 문제를 내면 평균은 낮게 나오지만 상위권 학생들은 고득점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이들의 표준점수는 상대적으로 더 올라간다.

9개로 구분하는 내신 석차등급제도 일부 문제를 안고 있다. 동점자가 많으면 정해진 비율(1등급 4% 등)보다 많은 학생이 동일한 상위 등급을 받는 경우다. 실제 지난 9월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에서 세계사 과목의 경우 만점자가 2등급 비율(11%)보다 많은 13.5%나 돼 모두 1등급을 받았다. 한 문제를 틀린 학생은 3등급으로 건너뛰었다. 내신 등급도 이런 방식으로 매기면 성적 부풀리기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내신성적의 등급별 비율을 반드시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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