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함흥서 평양까지 전용차에 비날론솜 싣고 간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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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남도 2·8비날론연합기업소를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비날론솜을 만져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이 사진을 보도하며 정확한 촬영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합성섬유인 ‘비날론’에 강한 애착을 보여 화제다. 노동신문은 11일 정론에서 김 위원장이 최근 재가동한 2·8비날론연합기업소를 방문해 “오늘처럼 기쁜 날이 없다”며 눈시울을 적셨다고 보도했다. 특히 “금수산기념궁전(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곳)에 계시는 수령님께서 이 비날론솜을 보셨으면 얼마나 기뻐하겠느냐”며 “수령님께 어서 가지고 가자”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비날론솜이 ‘야전차’(현지지도 시 이용하는 전용차량)에 실려 평양으로 옮겨진 것으로 노동신문은 전했다. 2·8비날론연합기업소는 평양에서 315㎞ 떨어진 함남 함흥에 있다.

관영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2·8비날론 방문을 8일 새벽 보도했고, 9일 밤 늦게 “재차 방문했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같은 곳을 이틀 만에 다시 들른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함흥까지 불러 8일 접견했다.

이런 각별한 관심은 ‘쌀밥에 고깃국·기와집’을 경제 구호로 내건 김일성 시절 비날론이 ‘입는 문제’ 해결의 상징이었다는 점 때문으로 볼 수 있다. 1961년 5월 설립된 2·8비날론연합기업소는 대표적 섬유·화학 생산 공장이지만 90년대 중반 원료난 등으로 사실상 문을 닫았다. 노동신문은 “16년 만에 다시 가동됐다”고 밝혔다. 김정일의 행보는 화폐개혁 후유증과 식량난으로 인한 주민불만을 무마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사는 “주민생활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재차 방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종 기자

◆비날론=석회석·무연탄에서 얻은 카바이드를 원료로 한 폴리비닐알코올로 만든 합성섬유. 면(綿)의 성질에 가장 가까운 화학섬유로 간주된다. 1939년 일본 최초의 ‘한인 공학박사’인 이승기 박사가 발명했으나 북한은 김일성의 배려로 탄생한 ‘주체섬유’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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