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체니 딸' 거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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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존 케리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3차 TV토론에서 딕 체니 부통령의 동성애자 딸 메리(사진)를 거론한 것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메리는 2000년에 스스로를 밝힌 동성애자다. 현재 공화당을 지지하는 동성애자 단체인 '공화당 단결연대(RUC)' 이사를 맡고 있다.

케리는 TV토론에서 "동성애는 선택의 문제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식"이라며 "동성애자인 체니의 딸에게 물어본다면 그녀는 자신이 있는 그대로이고, 그렇게 태어났다고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부시의 러닝메이트 체니가 동성애자 딸을 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건드려 수백만 동성애자들의 표심을 끌어보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체니의 부인 린은 "천박한 정치술수"라며 "다시 한번 케리 후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비난했다. 체니도 비난에 나섰다. "여러분은 당선을 위해서라면 어떤 말도 마다 않는 사람을 봤다"고 공격했다.

CNN방송은 14일 내내 이 문제를 놓고 찬반토론을 중계하며 공방을 증폭시켰다. 뉴욕 타임스도 "(케리는)공정하지 못했다", "너무 개인적인 문제를 건드렸다", "(메리의)이름은 거론하지 말았어야 했다" 등의 비판 여론이 유권자들 사이에 제기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케리 선거본부의 필 싱어 대변인은 "체니 본인이 유세 중 메리 문제를 여러 번 얘기해 놓고는 새삼 문제삼는다"고 일축했다. 미국 최대의 동성애자 정치조직 '인권 캠페인'도 케리를 옹호했다."케리는 체니처럼 동성애자를 가족으로 둔 수백만 미국인 가정에 대해 말한 것 뿐"이라는 것이다.

TV토론 끝물에 불거진 '말꼬리' 공방이 모처럼 부시를 따라잡은 케리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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