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선정… 그이후] 中. 재편되는 통신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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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사업자 선정을 계기로 국내 통신시장의 재편이 도도한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국내 1.2위 사업자가 비동기를 택하면서 통신시장은 앞으로 비동기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은 "향후 10년간 국내 통신시장을 좌우할 기술표준은 비동기식으로 굳어졌다" "통신 사업의 특성상 1.2위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고 말했다.

지금도 국내 10대 기간통신 사업자 가운데 수익을 내는 곳은 한통.SK텔레콤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동기시장은 설자리가 좁아지게 된다.

한통과 SK는 선택 폭이 넓어졌다. 지분의 해외 매각이 한결 쉬워졌고, 이를 통해 유입할 풍부한 유동성은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형국이다.

특히 통신사업자 선정이 계속 사업계획서 심사방식으로 간다면 한통.SK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된다.

신규사업자의 경우 기술개발 실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어 2강 체제의 아성을 함부로 넘볼 수 없게 된다.

SK는 파워콤 인수전에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 유.무선 통신망을 아우르는 거대기업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유선통신의 절대강자인 한국통신과 이동통신에서 최대 점유율을 자랑하는 SK가 통신시장의 맹주 자리를 놓고 다투는 구도가 정착되는 것이다.

그러나 통신시장이 독과점 체제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통과 SK는 경쟁보다 협력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은 사업권을 확보한 직후 "서둘러 IMT-2000서비스를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 고 밝혔다.

잠재적인 경쟁자가 사라졌고 IMT-2000의 전단계인 IS-95C에 7천억원 정도를 투입한 이상 기존 통신서비스에서 충분한 수익을 뽑은 뒤에 IMT-2000으로 넘어가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통신시장의 남은 변수는 LG의 향배와 외국기업의 동향이다. LG는 일단 동기식을 포기한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두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LG의 압박전략이란 해석이다. LG가 통신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고 정통부도 LG와 LG가 최대 주주인 하나로통신의 그랜드 컨소시엄이 동기식을 택하는 것을 최선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정통부는 '비동기2사.동기1사' 라는 당초 정책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LG유인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LG가 통신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있다. 통신전문가들은 "LG가 그룹 생존을 저울질하면서 퇴각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며 "다만 구조조정의 도마에 오를 데이콤.LG텔레콤의 반발 때문에 쉽게 발표하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기업의 경우 비동기 기술에서 앞선 장비업체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노키아.에릭슨 등은 국내시장의 교두보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하지만 IMT-2000 서비스 사업자들은 직접 국내 시장에 들어오기보다 한통.SK의 지분 매입 형태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SK와 보조를 같이하고 있는 포철과 동기식 장비개발에 매진해 온 삼성전자의 향후 움직임도 주목거리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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