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대혼란] 3·끝. "수능 대입 비중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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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번 수능 1점은 학과가 아니라 대학을 바꾼다."

한 수험생이 안티(anti)수능 사이트에 올린 이 글은 쉬운 수능이 빚어낸 현상을 잘 보여준다.

1994학년도 출제위원장 우종옥 한국교원대 교수(지구과학)는 "수능시험은 학생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지금같이 실수 안하기 식으로 출제하는 것은 자가당착" 이라고 말한다.

학원에서 1년간 문제 풀이에 매달린 졸업생이 재학생에 비해 해마다 점수가 상승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난이도만 올리면 문제가 해결될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

96, 99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 김대행 서울대 교수(국어교육)도 "단판 승부인 수능의 비중이 과도한 데서 이번 일이 비롯됐다" 고 말했다.

이돈희(李敦熙)교육부 장관도 "(현행 수능제도 상)난이도 실패 위험은 상존한다" 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난이도 조정 대책이 절실하며, 입시 전형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되 대학별로 다른 전형자료를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 대학의 총점 방식 선발 수정〓98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 소광섭 서울대 교수(물리교육)는 "이번 파동은 수능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데서 출발한 일" 이라고 말했다.

즉 사고력을 측정하는 자격시험인 미국대입수학능력시험(SAT)을 모방해 현행 수능을 도입했음에도 막상 운영과정에서 과거 예비고사 점수로 대학에 지원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대학들은 SAT 성적을 지원 가능 여부를 가늠해주는 '통과 또는 비통과'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선 수능을 중심으로 학생부.논술 등 성격이 전혀 다른 요소들을 총점으로 묶어 뽑다보니 수능이 쉽게 출제될 때마다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응시자의 0.7%가 만점을 얻는 미국 SAT는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지원자격을 가르는 기준으로 수능을 활용하는 등 비중을 낮추면서 수험생에게 부담을 덜 주는 방향으로 학생의 소질.적성을 파악하는 다른 전형자료를 개발해야 한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주문이다.

◇ 체감 난이도 유지〓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난이도 조절을 위해 출제위원에 현직 교사를 포함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입시철에 교수 등이 한달여간 합숙해 만들어내는 문제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가능성이 항상 있다.

金교수는 "수능 시험 문제가 해가 거듭될수록 고갈되는 데다 한달여 기간 중 다채로운 문제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중 계속해 문제를 출제하고 타당성 검토를 거쳐 문제를 적립하는 문제은행식 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윤창희 기자

▶2001 대입 특별 페이지

(http://www.joins.com/series/2001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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