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TV '요요마-바흐…' 방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굳이 댄스가수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음악은 귀로만 즐기는 장르가 아니다.

디즈니의 명작 애니메이션 '판타지아' 처럼 영상과 음악의 절묘한 조화는 음악감상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케이블채널 예술영화TV(CH37)가 이번주 방송을 시작한 6부작 특집 '요요마-바흐-무반주 첼로 모음곡' (본방 수.목 밤 7시, 재방 금.토 오전 6시)은 이처럼 '볼거리' 를 즐기는 클래식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프로그램이다.

젊은 날의 파블로 카잘스가 악기점에서 다 해진 낡은 악보를 발견함으로써 비로소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춤곡 형태이면서도 춤곡을 넘어서는 깊은 울림으로 숱한 클래식 팬들을 사로잡았다.

보통 음악회에서는 이틀에 걸쳐 연주하는 분량인데, 악보를 찾아내고도 40년 뒤에야 전곡을 처음 녹음한 카잘스 이후로 미샤 마이스키.요요마 등이 전곡을 녹음한 음반을 내놓았다.

캐나다 롬버스 미디어가 1997년 제작한 '요요마-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은 그 중 요요마의 연주에 맞춰 여섯 곡?각각 독립적인 영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요요마의 연주는 흔히 '너무 미국적' 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현대무용.일본 가부키.피겨 스케이팅 등 다양한 시각적 형식과 어우러져 바흐에 대한 현대적 접근을 시도하는 데는 오히려 적격일 듯 싶다.

'레드 바이올린' '글렌 굴드에 관한 서른 두 가지 이야기' 등 음악영화로 유명한 감독 프랑수아 지라르가 연출한 모음곡 2번 부분은 르네상스 시대 건축가의 스케치를 버추얼 그래픽으로 형상화, 요요마의 연주무대로 삼는다.

'엑조티카' 의 감독 아톰 에고이안이 만든 모음곡 4번은 바하의 주제를 공항.병원 등을 무대로 드라마적 에피소드로 표현, 또다른 맛을 전한다.

이만큼 실험적이지는 않지만, EBS가 지난 주 신설한 '세기의 명연주' (일 밤 8시50분)역시 1950~70년대의 명연주를 눈으로 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구미를 당긴다.

숱한 피아니스트를 길러낸 에밀 길레스와 스타니슬라프 네이가우스(17일), 협주곡의 악장 순서를 자기 마음대로 바꿔 연주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악장의 연주를 거절한 일화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나탄 밀슈타인(24일), 바이올린 대신 비올라를 들고 아들 이고르의 바이올린과 협연하는 다비드 오이스트라흐(31일)등을 준비했다.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