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위원 '버팀목' 역할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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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생을 김대중 대통령을 아버지로, 형님으로 모시고 살았다. 내 스스로 뭘 하고자 한 적이 없지 않으냐. "

권노갑 최고위원은 여권 핵심인사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는 DJ를 보좌해온 40년 인생역정을 '버팀목' 에 비유하면서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당의 '뿌리' 들이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필해야 당의 기틀이 잡힌다" 는 의지도 밝혔다고 한다.

수면 아래로 잠복하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동교동계 2선 후퇴 파문의 한복판에 있다. 그런 여론 부담을 權위원은 '버팀목 역할론' 으로 타넘으려는 것 같다.

그의 한 측근은 8일 "(權위원이)그동안 거리를 둬왔던 중도파들과의 간격을 좁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 근황을 전했다.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여론을 돌려놓기 위해서다.

그는 김원기(金元基)고문.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 등 중진들과 잇따라 만났고 지난 6일엔 민국당 소속인 김상현(金相賢)전 의원 등과 골프도 쳤다.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장재식(張在植)국회 예결위원장.김원길(金元吉)의원 등 수도권 출신 의원들과도 자리를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權위원이)여기서 물러나면 당의 질서가 무너진다" "급격한 세대교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는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김영삼정권 시절 민주계 좌장격인 최형우(崔炯佑)의원이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민주계가 오합지졸이 돼버렸다" 는 지적도 나왔다.

이같은 행보는 '반권(反權)세력' 의 고립화를 노린 것 아니냐는 관측으로 이어졌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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