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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훼손 '무속행위' 기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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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2일 전북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해발 3백m지점인 안양골 바위 틈새에서 무속행위를 위해 설치한 제단이 발견됐다.제단 위에는 여러 개의 촛불이 켜진 채 방치돼 있었다.

등산객 김신권(45·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는 “한달전부터 이 제단이 설치돼 있었고 여러 차례 완주군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제단 주변에는 돼지고기와 막걸리 등 각종 음식물이 버려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마른 낙엽들이 제단 바로 옆에 쌓여 있어 촛불로 인한 산불 위험성이 컸다. 최근들어 불법 무속행위가 기승을 부려 전북도내 유명산이 멍들고 있다.

이는 대학입시철을 맞아 합격을 비는 학부모들과 경제난으로 사업에 실패했거나 실직한 사람들이 무속인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 근교에 있는 모악산의 경우 확인된 무속행위 흔적이 50여곳에 이른다.

또 전주시 완산구 남노송동 기린봉을 비롯해 남고산성 등 도심에 있는 산 10여곳에도 무속행위 제단이 40여곳이나 된다.

이밖에 지리산의 경우 1백여곳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남원시는 파악하고 있다.

무속인들은 산속에서 움막을 짓고 숙식을 하며 밤중에 굿판을 벌이고 있다. 굿판을 벌이면서 켜 놓은 촛불을 그대로 놔두기 때문에 산불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실제로 지난달 10일 모악산 안양골에서 무속행위에 쓰인 촛불로 인해 산불이 발생, 1백여평의 잡목을 태웠다.

게다가 각종 음식물을 산에 마구 버리는 바람에 심한 악취가 풍기는 등 자연을 훼손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 무속인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법규가 없고 굿판이 대부분 밤에 은밀하게 벌어져 단속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주시·완주군 등은 이달 들어 이들 무속행위를 집중 단속키로 하고 제단 철거작업에 나섰다.

완주군은 모악산에 설치된 제단 50여곳을 철거했다.전주시 완산구청도 기린봉·남고산성 등 도심 야산에 설치된 제단 30여곳에서 그릇·제기 등 무속행위 물품 1백여개를 수거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최근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때문에 무속행위가 극성을 부려 유명산을 망치고 있다”며 “앞으로 이같은 행위가 근절될 때까지 단속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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