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사계] 줄잇는 '중국판 진승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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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59세→39세→26세.

중국에서 쉽게 부패 유혹에 빠지는 것으로 지목된 나이다. 59세가 부패의 대명사로 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시작한 것은 개혁.개방 20주년을 맞았던 1998년.

주룽지(朱鎔基)총리의 대대적인 기구 개혁에 따라 정년 퇴직자가 많아지면서 높은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에 한탕 챙기려는 이들의 부패 행위로 '59세 현상' 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지난해부터는 '39세 현상' 이 '59세 현상' 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일정한 직위에 오른 30대 후반의 사회 중간계층들이 승진과 더 많은 부(富)의 축적을 위해 직권남용 등 각종 부패 행위를 일삼았던 것이다.

올해는 이보다 훨씬 어린 '26세 현상' 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최근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에 따르면 베이징(北京)의 하이뎬(海淀)구 인민검찰원 조사 결과 30세 미만에 의한 공금 유용 등 부패 행위가 전체의 17.6%였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25.6세였다. "마침내 26세 부패 현상이 부상했다" 고 이 신문은 개탄했다. 톈진(天津) 인민검찰원 조사에서도 20대 후반 부패 사례가 전체의 25.5%나 됐다.

중국청년보는 26세 부패 주역들은 ▶기업 회계부처 등 돈을 만지는 곳에 근무하고▶담이 큰 데다▶컴퓨터 조작에 능숙하며▶일단 빼낸 돈은 아낌없이 써버린다는 4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은 축재를 위해 부패해지는 59세나 39세와는 달리 순간의 쾌락을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톈진의 보험회사에 근무하며 공금 4백50만위안을 탕진한 올해 25세 된 덩(鄧)씨 성의 한 젊은이가 대표적 사례. 그는 주위에 기죽지 않고 호탕하게 먹고 마시며 훙치(紅旗) 등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놀았다. 그는 순전히 유흥 목적으로만 횡령한 공금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써 버렸다.

중국 사회에선 올해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정현준(鄭炫埈)과 진승현(陳承鉉)의 나이가 각각 32세와 27세로 알려지자 "한국에서도 '26세 현상' 이 있다" 는 말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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