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과거사법 최종안] 인권침해 논란 일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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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13일 '진실 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안'을 확정, 발표했다. 얼룩진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이른바 과거사 진상규명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입장과는 큰 차이가 있어 국회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법안은 조사 범위를 네 가지로 적시했다. 우선 시점에 따라 일제시대, 광복~한국전쟁, 정부 수립 이후 등 셋으로 나눴다. 항일독립운동,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사건을 각 시기의 주요 조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여기에 조사 주체인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시기에 상관없이 조사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네 가지가 된 것이다.

당초 논의됐던 일제 강점기의 강제 동원 등이 대상에서 빠져 조사 범위가 사실상 광복 이후의 사건으로 한정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위원회의 재량권이 커 단정하기 쉽지 않다. 위원회가 결정하면, 예를 들어 건국 이전의 여운형.송진우 선생 암살 사건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일제시대의 경우 주로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법이 '식민지 지배권력의 개입 및 권위주의적 통치로 인해 왜곡되거나 밝혀지지 않은 항일 독립운동'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좌우대립의 비극적인 역사 때문에 독립운동사의 한쪽은 일부러 알면서도 묻어둔 측면이 있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8월 발언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강력한 조사위 권한=관련자 처벌이 아닌 진실 규명과 화해에 입법 목적이 있다고 강조해온 열린우리당은 법안에 국민통합을 위한 조치, 특별사면복권 건의, 연좌제 금지, 가해자에 대한 화해 조치 등을 국가와 위원회의 의무 규정으로 명문화했다. 그러나 각종 조사 권한은 인권 침해 논란을 무릅쓰고 당초 안을 대부분 고수했다.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피조사자에 대해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검찰에 의뢰할 수 있고, 동행명령을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통신정보요구권과 재정신청권도 유지했다. 위원의 자격을 대학교수.법조인 등으로 제한했던 당초 안 대신 '지식이 풍부하고 공정한 사람'이라는 추상적 기준을 채택한 것도 기구의 독립성 시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정욱.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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