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정신병 치료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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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탕주의에 빠져 각종 도박에 나선 사람 중 상당수가 중독 성향을 보여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도박 중독은 가정해체.아동학대 등을 불러오기도 한다.

◇전문가 진단=가족사회복지학회(회장 이영분 건국대 교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20%가 도박을 즐기고 이중 20%가 중독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유석춘(사회학)교수는 "진승현.정현준처럼 불법.편법으로 한 몫 크게 잡는 것을 본 국민들이 '나도 한번 해보자' 는 한탕주의에 빠지는 것 같다" 며 "구조조정.고통분담 등 모든 분야에서 정부가 먼저 원칙을 지키고 기강을 잡아야 국민들도 한탕주의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일할 것" 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 일반인들이 도박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점점 쉬워지고 있다. 인터넷에 접속해 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버복권 사이트는 7백~8백개에 달하고 있다.

또 경찰은 경품을 돈으로 바꿔주는 환전행위를 통해 도박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성인오락실이 전국적으로 1천7백여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책=전문가들은 사회나 주변 인사들이 도박 중독을 일탈행위로만 보지 말고 정신질환으로 간주해 치료에 나서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국립서울정신병원 오동열 정신위생과장은 "도박중독도 자기 조절을 못하고 사회.경제적 기반이 붕괴되며 도박을 안했을 때 불안.초조 등의 금단현상이 나타나는 점에서 알콜.마약 중독과 다를 게 없다" 고 말했다.

이 병원에는 지난 7월 도박으로 1억원을 탕진한 40대 남자를 부인이 입원시키자 시댁 식구들이 찾아와 "왜 정신병원에 보냈느냐" 며 항의한 사례가 있었다. 이들은 의사의 설명을 듣고 3개월간 치료에 나서 결국 도박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부가 불법 도박장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단(斷)도박 가족모임(02-522-8483) 관계자는 "국가는 국민들이 도박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고 말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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