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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진승현' 믿는 곳 있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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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MCI코리아 진승현(陳承鉉) 부회장은 검찰의 수배와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동안에도 기업사냥을 계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陳씨는 이달 초 금감원이 열린금고의 불법대출 혐의를 잡고 조사에 나섰던 시점에도 열린금고를 통해 국도화학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어딘가 믿는 곳이 없이는 陳씨가 이렇게 대담하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 이라는 세간의 의혹이 무게를 얻고 있다.

◇ 적대적 M&A 시도=코스닥 등록업체인 한일이 지난 3일 열린금고 및 金모씨와 공동으로 국도화학 주식 10.64%를 사들였다고 금감원에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목적은 '의결권 행사를 위해서' 라고 명시해 M&A임을 밝혔다.

그러나 자동차시트 생산업체인 한일은 자본금이 44억원에 불과해 자본금 규모가 다섯배나 되는 국도화학을 인수하기는 어려운 회사였다.

한일측도 "공동 주식보유 신고는 열린금고가 먼저 제의했다" 며 열린금고가 M&A를 주도했던 것임을 인정했다.

열린금고는 한일과 손을 잡은 뒤 소액주주 지분까지 끌어모으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7월께부터 이들은 T법무법인을 통해 소액주주 이익을 대변할 이사 선임을 위해 국도화학에 주주총회를 요구한다는 명분으로 소액주주의 위임장을 모았다.

당시 이들이 모으려고 시도했던 소액주주 지분은 2백만주에 가까워 열린금고와 한일 등의 지분 60여만주와 합하면 국도화학의 대주주인 일본 동도화성과 미쓰비시상사 지분 2백60여만주와 맞먹는 규모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이같은 작전은 陳씨의 수상쩍은 행동에 소액주주들이 이탈한 데다 지난 23일 '진승현 게이트' 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무산됐다.

◇국도화학 왜 인수하려 했나=陳씨가 노린 것은 국도화학의 풍부한 현금이었다는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국도화학은 지난해 말 1천5백억원대 매출에 87억원의 이익을 올린 알짜기업이었던 데다 현금 유보금이 6백억원대에 달해 이를 인수한 뒤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을 받아 더 큰 머니게임을 벌이려 했다는 해석이다.

陳씨측이 국도화학 인수를 위해 투입한 자금은 열린금고가 사들인 13만여주에 해당하는 50억여원이 전부다.

그러나 陳씨측은 경영권을 인수한 뒤 한일측이 보유한 47만여주와 소액주주 지분 2백여만주도 사들일 계획이었기 때문에 뜻대로 지분매입이 이뤄졌을 경우 총 투자규모는 7백억~8백여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그동안 출처가 불분명했던 열린금고 불법대출과 리젠트종금 부당대출의 일부가 이 작전에 투입됐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금감원은 몰랐나=陳씨는 지난 23일 열린금고 불법대출이 언론에 폭로되기 전까지 MCI코리아나 열린금고 등의 경영은 물론 M&A를 직접 지휘했던 것으로 측근들은 전한다. 검찰의 수배가 형식적이었다는 방증이다.

금감원도 열린금고를 검사하면서도 사실상의 소유주인 진승현 부회장의 국도화학 주가조작 혐의나 M&A 시도는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증권업계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경민.나현철.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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