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노조 협상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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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전력 노조의 파업이 일단 29일까지 연기됐다. 그러나 그 안에 노조와 정부가 극적인 타협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실제로 24일 새벽까지 진행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양측은 서로의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 이번 사태의 원인인 한전 분할.민영화 계획에 관해서는 한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양측의 합의안도 "29일까지 추가협상에 노력한다" 는 것뿐이었다. 노.정 양측이 다소의 시간을 번 것은 분명하다.

노조지도부로서는 전국 17개 지역에서 1만6천여명의 노조원이 밤샘농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의 압박을 피해 일단 시간을 벌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정부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지만 '대통령의 외유기간 중 파업' 은 피하려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실무협의에 응하고 정부와도 협상을 벌이겠지만 정시 출퇴근, 점심시간 집회 등 준법투쟁은 29일까지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26일 한국통신.가스공사 노조 등 공공부문 노조의 연대시위를 통해 29일까지 국회에 최대한 압력을 가해 법안 통과를 저지하고 이것이 안되더라도 최소한 정치권에 의한 중재를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7일 한전 임직원을 상대로 법안 추가 설명회를 열고 분할.민영화 계획의 기본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고용부분의 추가보장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

한전노조 이경호 홍보국장은 "우리가 마치 분할.민영화 과정에서 고용보장 때문에 파업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며 "다만 한전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정확히 파악해 노사와 정부가 최선을 다해 해결하면 되지, 왜 굳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회사를 쪼개려 하느냐는 것이 노조의 입장"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자원부 김영준 전력구조개편단장은 "한전은 현재의 악성구조로는 향후 대우.기아사태 이상의 부담을 국민에게 안길 수밖에 없고, 법안이 국회에서 또다시 보류하거나 시행을 연기하는 단서를 달고 통과돼서는 앞으로 한전을 개혁할 기회는 다시 없다" 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현격한 견해차를 좁힐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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