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스로 급식 해결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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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송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고구마를 캐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학생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학교 급식을 스스로 해결하는 초등학교가 있다.

지난 4일 오후 충남 공주시 정안면 석송초등학교 옆 100여평의 고구마밭. 석송초등학교 학생 10여명이 고사리 같은 손을 놀려 호미로 땅을 파내자 어른 주먹 크기만한 고구마가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학생들은 "우와, 땅속에 이렇게 큰 고구마가 있었네"라며 신기해했다.

고구마는 전교생 90여명이 지난 5월말 직접 심은 뒤 정성스레 가꿨다.

학교측은 이달말까지 400kg(160만원어치) 정도를 수확, 모두 학생 급식용으로 쓸 방침이다.

고구마밭 바로 옆 670여평의 논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벼는 학생들이 농약은 쓰지 않고 논에 오리를 넣어 '친환경농법'으로 길렀다. 지난 6월 15일 논에 오리 60여마리를 풀어 놓는 작업도 학생들이 직접 했다.

학교측은 올해 기후 조건이 좋고 병충해 피해가 적어 벼농사가 풍년을 이뤄 80kg들이 10가마(190여만원)정도의 쌀을 생산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고구마와 달리 벼 수확은 학생들이 하기 힘들기 때문에 마을 농민들에게 부탁할 예정이다.

이 학교가 소비하는 급식용 쌀은 연간 5~6가마. 따라서 이번에 생산할 쌀은 급식을 자급자족하고 남을 양이다. 6학년 서효진(13)군은 "내 손으로 모를 심고 고구마를 캐며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요즈음 방과 후 틈틈이 학교에서 걸어서 5분거리에 있는 학교 소유 야산(3000여평)에 있는 밤나무 500여그루에서 밤 수확도 한다. 학교측은 생산할 밤 520kg(130만원) 중 일부로 밤밥을 지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나머지는 팔아 내년 영농자금으로 쓰기로 했다.

학생들의 농사짓기는 이 학교 9회 졸업생으로 지난 3월 부임한 서성길(58) 교장의 '모교사랑'에서 시작됐다.

기계화 영농이 확산되면서 농촌 학생들도 농사를 잘 알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 그는 그 동안 마을 농민들에게 빌려줬던 논.밭.야산 등 학교 소유 땅 3600여평을 회수했다.

서 교장은 "학생들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 현장 학습도 되고 수확한 농산물을 급식에도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연간 급식비 200여만원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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