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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단백질’ 주사해 음경 혈관세포 재생시켜…발기부전 치료 새 길 연 서준규 교수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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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서준규·류지간 교수팀은 혈관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 발기부전 원인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치료에 적용한 합성 혈관 생성 단백질이 쥐에서처럼 사람에게서도 효능이 높을지가 관건인데 현재까지 희망적이라는 게 서 교수의 예상이다. 성공할 경우 비아그라 같은 일회성 복용 약 못지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남성 기능’ 회복=서 교수팀의 연구실에는 고지혈증과 당뇨로 발기부전을 겪는 실험용 쥐들이 있다. 쥐 음경의 발기 정도를 재는 측정기도 있다. 이들에게 KAIST 고규영 교수가 합성에 성공한 혈관 생성 단백질 ‘엔지오포이에틴-1’을 주사하면서 변화를 관찰했다. 주사 횟수도 두 번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음경 조직을 현미경으로 살펴본 결과 혈관 내벽 세포가 치료 전에 비해 빽빽하게 재생됐다.

반면 혈관 내벽 세포를 공격하는 활성산소는 치료 전보다 확 줄어들었다. 발기부전 원인이 제거된 것이다. 그런 뒤 음경을 자극해 발기되는지 여부를 실험한 결과 정상 쥐와 거의 비슷하게 발기됐다. 치료 효과도 4~8주로 길게 나타났다. 치료에 사용한 합성단백질은 유전자 치료에 주로 사용하는 바이러스와는 달리 생체 내 유전체계와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부작용이 적어 곧 임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 앞서 2006년 바이러스에 혈관 생성 유전자를 실어 발기부전 쥐의 음경에 주사, 비슷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때도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부작용이 우려돼 임상 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 벽에 부닥친 것이다. 그 돌파구를 고 교수의 합성단백질에서 찾았다.

연구팀은 합성단백질 치료법이 음경 혈관 내벽 세포를 재생하는 것은 물론 내벽 세포 간 이음매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혈관 내벽 세포가 튼튼하면 활성산소의 공격에도 끄덕 없다. 보통 혈관성 발기부전 환자의 혈관 내피 세포는 활성산소 때문에 많이 상해 있다. 활성산소는 보통 산소와는 달리 아무 세포나 물질에 잘 달라붙어 파괴하는 특성을 지녔다.

당뇨로 인한 발기부전을 치료 받은 쥐들의 음경 혈관 내피 세포(푸른색)가 정상 쥐들과 거의 비슷하게 많이 재생됐다. 푸른색이 많을수록 세포가 많이 생성된 것이다. 발기 정도를 파악하는 음경 압력도 정상 쥐와 비슷하게 세다. 압력이 셀수록 발기가 많이 된 것이다. 활성산소(붉은색)가 적을수록 음경은 건강하다.

◆부작용 우려 적어=비아그라 같은 일회성 약물은 남녀가 교합하기 수십 분 전에 먹어야 효과가 있다. 더구나 약효가 음경뿐 아니라 전신에 퍼지기 때문에 중증 심혈관 질환자나 간 질환자, 협심증 치료제 복용자 등은 사용하기 어렵다. 부작용도 더러 보고됐다. 그러나 서 교수팀의 혈관 생성 단백질 주사 방법은 일회성 약물의 문제점을 피하면서 한두 번 치료로 장기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몸쪽 음경 부위를 묶고 주사하면 약물이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막으면서 미량의 약물로도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서 교수팀은 임상시험에 곧 착수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안전한 약물 전달체를 만들어 바이러스 대신 혈관 생성 유전자를 실어 주사할 수 있는 방법을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찾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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