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확립" 칼빼든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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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직자.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의 냉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金正吉 법무부장관)

21일 정부가 발표한 국가기강 확립 대책에는 이런 분위기를 잠재우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두 중추인 공직사회와 사회지도층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대책을 내놓은 사정(司正)관련 장관회의의 진단이다.

金장관은 "냉소적 분위기에다 책임.의무보다 권익주장을 앞세우는 사회풍조와 어려운 경제가 겹쳐 민생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회적 역할과 영향력이 큰 이들 집단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시점" 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후반을 맞아 느슨해져가는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사정이란 수단을 동원한 셈이다.

그 의미를 '4대 국정개혁의 완수를 위해' 로 잡았다. 이미 고위직에 대한 비위 자료를 꽤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한동(李漢東)총리 주재로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린 회의는 金대통령의 의지가 전달된 때문인지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고 한 참석자가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 (사정)기회" "일회성이 아닌 무기한 사정" 이라는 다짐이 있었다고 한다. 李총리는 오전 청와대 주례보고 때 金대통령이 "국가기강 없이 국정개혁은 있을 수 없다" 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회의에는 金법무부장관을 비롯, 최인기(崔仁基)행정자치부장관.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이남기(李南基)공정거래위원장.신광옥(辛光玉)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오홍근(吳弘根)국정홍보처장이 참석했다.

특히 金장관은 "많은 사회문제가 정치공세의 대상으로 변질돼 국가권위 부재상황이 오고 있다" 는 진단도 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정쟁(政爭)이 국정운영에 결정적 차질을 주고 있다" 면서 "국가기강 확립의 한 부분에 정치권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 라고 주장했다.

회의에선 공무원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한 대책도 세웠다. 하위직의 승진기회를 늘리기 위해 6급 이상의 정원을 늘리고 특별승진 대상 직급을 4급에서 3급까지로 올리기로 했다.

◇엇갈린 정치권 반응=한나라당은 "탄핵소추안 무산 뒤 불리한 정국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정권차원의 국면전환용" "야당 겁주기용 기획 사정" 이라고 몰아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공직기강 확립은 국민적 기대" 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수석부총무는 "우리 정치사에서 정권이 어려워지면 늘 사정을 들고 나왔다" 며 "편파성과 도덕성 시비를 낳게 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이명식(李明植)부대변인은 "국민은 성역없고 철저한 사정을 통해 공직기강과 부정척결을 바라고 있다" 고 말했다.

김석현.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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