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쉬운 철학책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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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어려운 말장난이라든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철학자의 이름이나 누가 무슨 주장을 했는지를 통째로 외우려 들기 때문이다. 철학은 암기 과목이 아니라 이해하고 생각을 펼쳐 나가는 학문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철학은 결코 일상생활과 괴리된 학문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학교에서 도덕시간에 중요한 철학 이론을 배우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플라톤의 ‘이데아’,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정도는 상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교과서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의 주장만이 철학인 것은 아니다. 철학은 일상생활 어디에서든 발견할 수 있다.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는 철학하는 순간을 자주 겪는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를 찾아 일상에서 쓰는 말로 설명한다면 우리도 철학자가 남긴 말의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철학을 발견하는 책 『세상에서 가장 쉬운 철학책』(우에무라 미츠오 지음, 비룡소 펴냄)처럼 주변을 살피며 차근차근 생각하는 연습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누가 칠판에 분필 한 개만 가지고 삼각형을 그린다고 가정하자. 자도 컴퍼스도 없이 그렸으니 약간 일그러진 도형일 테지만 우리는 그것을 삼각형이라고 인식한다. 분명 수학 시간에 삼각형은 세 개의 선분으로 둘러싸인 도형이라고 배웠는데도 말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이상하지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플라톤의 ‘이데아’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삼각형의 이데아, 즉 진정한 삼각형의 모습을 알기 때문에 현실에서 완전하지 않은 삼각형을 볼 때도 진정한 삼각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가끔은 무엇이 확실한 것인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물이 든 컵에 꽂힌 빨대는 꺾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을 100퍼센트 신뢰할 수 없다면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진리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품고 답을 찾았다. 그것이 바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다. 의심스러운 것은 모두 의심했을 때 남는 것이야말로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방법적 회의가 나온 것이다.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문제에도 철학이 숨어 있다. 한 젊은이가 버스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가 할머니께 자기 자리를 내주었다. 젊은이는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법률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시켜서 한 것도 아니다. 젊은이가 스스로 자리를 양보하자고 마음먹고 실천해서 벌어진 일이다.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인 이유는 스스로에게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라는 칸트의 ‘자유론’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일을 하고 돈을 번다는 일상적인 일에서도 철학은 숨어 있다. 19세기 말, 마르크스는 ‘노동의 소외’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노동자는 자신이 상품을 생산하면서도 그것의 주인은 아니다. 단지 자신이 제공한 노동력만큼의 가치만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능력뿐 아니라 자신을 파는 것처럼 느끼면서 씁쓸한 소외감을 얻게 된다고 설명한다.

철학은 결코 어렵지 않다. 논리적으로 생각의 단계를 따라가다 보면 알쏭달쏭한 말장난 같은 철학자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생각하는 것이 곧 철학 하는 길이다. 언제라도 ‘왜?’라는 질문이 떠오른다면 스스로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가져 보자.

<비룡소 편집부 이경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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