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이탈리아 “콜로세움 해체” 엄포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만약 우리 정부가 경복궁을 해체해 버리는 내용의 광고를 만들어 서울 도심에 내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중한 문화유산을 홍보하기는커녕 없애겠다는 섬뜩한 경고를 테러리스트도 아닌, 정부가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이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다.

이탈리아 정부는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움(거대 원형경기장)을 기중기와 타워크레인을 이용해 해체하는 가상의 장면을 담은 대형 광고판(사진)을 로마 도심 한가운데인 포포로 광장에 내걸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보도했다. 광고판 크기는 200㎡다. 광고판에는 “(콜로세움을) 찾지 않으면, 옮겨버린다”는 섬뜩한 문구도 들어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런 엽기적 광고를 내건 것은 역설적이게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다. 늘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한 번도 콜로세움을 찾지 않는 자국민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콜로세움을 자국민이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자주 찾지 않는다면 누가 찾겠느냐는 준엄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의 충격요법 광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밀라노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이, 피렌체에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像)’이 콜로세움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을 콜라주 기법으로 형상화한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로마시의 조사에 따르면 로마 청소년의 29%가 한 번도 콜로세움에 가 본 적이 없다. 1년에 적어도 한 번 이상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관람하는 이탈리아 국민은 29%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이탈리아 문화부 관계자는 “국내에 수많은 문화유산이 있다는 자부심과 관심을 국민에게 환기시키기 위해 다소 충격적인 내용의 광고 캠페인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