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 제주 거상 김만덕 객주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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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조선 말 기근으로 굶주리던 제주도민들을 사재를 털어 구한 거상(巨商) 김만덕(여·1739∼1812)의 객주가 복원된다. 객주(客主)는 장사꾼들에게 거처를 제공하며 물건의 매매를 알선하던 곳이다.

객주 복원은 나눔과 베풂의 정신을 실천한 김만덕의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복원 위치는 제주시 건입동 동사무소 동쪽의 옛 객주 터(4000㎡)다. 제주도는 지난해 사유지 689㎡를 매입한 데 이어 올해 798㎡를 사들일 계획이다. 연말 또는 내년에 실시설계를 전문 기관이나 회사에 맡겨 구체적인 복원계획을 짠다. 내년에는 부지 확보를 마치고 발굴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사적지 지정을 추진한다. 복원 사업은 2013년까지 끝낼 예정이다. 사업비는 107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초가 형식의 객주와 여관·주막 등을 당시의 모습대로 재현하고, 김만덕 관련 전시관도 세운다. 인근에 있는 ‘산지천 문화의 거리’와 연계, 토속음식점·토산품점까지 갖춘 객주거리도 만들 방침이다. 또 조선시대 객주업을 주제로 축제를 발굴,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조선 정조 16~19년(1792~95년) 제주도에는 극심한 흉년이 들어 도민들이 굶주림에 허덕였고, 조정에서 보낸 구호곡을 싣고 오던 배마저 해상에서 난파됐다. 이 때 김만덕은 사비로 육지에서 보리쌀 500석을 구입해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정조는 김만덕에게 내의원(內醫院)에 속한 여의(女醫) 가운데 으뜸인 ‘의녀반수(醫女班首)’라는 벼슬을 내렸다. 또 당시 좌의정이던 채제공은 ‘만덕전’을 지어 칭송했다. 헌종 6년(1840년) 제주에 유배됐던 추사 김정희도 김만덕의 이야기를 듣고 ‘恩光衍世’(은광연세, 은혜의 빛이 온 세상에 번진다는 뜻)라는 글을 남겼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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