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문태종을 뽑다, 전자랜드 크게 웃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귀화 혼혈 선수 드래프트 1순위에 뽑힌 문태종(왼쪽)이 동생 문태영(LG)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전자랜드의 2010년 귀화 혼혈 드래프트 순위는…. 1번입니다.” 사회자가 전자랜드의 번호 추첨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이익수 전자랜드 단장이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특급 혼혈’로 불리는 문태종(35·미국 이름 재로드 스티븐슨)이 전자랜드 품에 안기는 순간이었다. 전자랜드는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귀화 혼혈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를 뽑아 문태종을 지명했다.

문태종은 이번 시즌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문태영(32·LG)의 친형이다. 스페인과 러시아 등 유럽리그에서 활약했고, 동생 문태영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귀화 혼혈 드래프트는 사실상 ‘문태종을 위한 드래프트’였다. 드래프트장에는 문태종의 부인 니콜과 두 아들, 어머니 문성애씨와 동생 문태영까지 총출동했다.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도 이들 가족이 독차지했다.

전자랜드는 오리온스·SK·동부·모비스와 경합해 1순위를 잡을 수 있는 20% 확률의 행운을 거머쥐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대행은 “난생처음 1순위를 잡아 봤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고 했다.

전자랜드는 문태종의 아이들에게 줄 변신 로봇 장난감까지 미리 준비해왔고, 귀화 혼혈 드래프트가 끝나자마자 회식 스케줄을 잡았다. 전자랜드는 이번 시즌 7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득점력이 좋은 포워드 문태종이 가세해 센터 서장훈과 호흡을 맞추면 당장 다음 시즌 우승 후보다.

문태종은 “고등학교 때 이후 처음으로 동생과 같은 무대에서 뛰게 됐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동생이 한국에서 매우 잘하기 때문에 부담스럽지만 열심히 해서 동생과 같은 리그에서 오래 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국내 선수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KT&G가 행운을 독차지했다. KT&G는 시즌 도중 KT와 트레이드를 통해 올해 신인 지명권을 받아왔다. 이날 신인 드래프트 1순위가 KT&G, 2순위가 KT에 돌아가면서 KT&G는 1~2순위를 모두 휩쓰는 대박을 터뜨렸다. KT&G는 1순위로 1m89.5㎝의 장신 가드 박찬희(23·경희대)를 지명했고, 2순위로는 포워드 이정현(23·연세대)을 뽑았다. 이상범 KT&G 감독은 “이번 시즌에 고생한 게 다 날아가는 느낌”이라며 기뻐했다.

이은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