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다시 검찰개혁을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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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간에는 국회의 검찰 탄핵 표결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린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의혹을 받는 정치권이 거꾸로 불법 선거를 수사한 검찰 지휘부를 단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지난해 옷 로비 사건을 비롯해 한빛은행 및 동방.대신금고 불법 대출 사건 등 일련의 사건들에서 제기된 부실.편파수사 시비를 들면서 더 이상 검찰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2년전 개혁시도 무산

검찰이 급기야 탄핵의 대상이 된 데에는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의 책임이 크고, 또 국회의원들이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그렇게도 애지중지하다가 입장이 바뀌자 한번 손을 봐야겠다고 나서는 것도 볼썽 사나운 모습이지만 국회가 검찰 탄핵을 표결하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회가 검찰개혁의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도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검찰이 이렇게 탄핵의 대상이 된 것은 누구보다도 검찰 자신의 탓이기 때문이다. 처방을 검찰개혁에서 찾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정부개혁의 대상이 됐을 때 그들은 자신들이 형사사법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문제를 법원의 개혁과 연계시켰다.

결국 안건이 사법개혁추진위원회로 넘어가면서 경영진단팀은 현 정권에서는 법무.검찰의 개혁이 이뤄질 수 없으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판단은 적중했다. 검찰은 성공적으로 조직을 방어했다. 검찰은 그토록 스마트한 조직이었다.

그들은 매우 정중한 자세로 비판을 경청했고 문제를 풀이해 나갔으며 현안을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게임으로 이끌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터득하고 있었다.

그들은 세련된 자기방어의 논리를 동원해 검사장 한 자리도 줄일 수 없고 직급.호봉도 절대로 낮출 수 없으며, 검찰의 권한은 상대가 행정부처인지 국민 또는 경찰인지를 막론하고 절대로 축소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관철시켰다.

평생 당하기만 하다가 이제 한번 칼을 휘두를 수 있게 된 새 정권이 이들을 어떻게 처우할지는 불을 보듯 명확한 것이었다.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검찰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국회 또한 선거정국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해 검찰의 등 뒤에 은근한 타협의 눈빛을 선사하거나 적당한 선에서 양해를 해왔지만, 어제의 여당이던 야당이 첨예한 이해갈등에 직면해 탄핵안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이 있다. 그것은 검찰이 더 이상 이런 모습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검찰개혁의 문제가 다시 사회적 공감을 얻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검찰은 중앙정부 경영진단의 검찰개혁안은 잘 피했지만 이후 과거의 행태를 이리 저리 답습하다가 결국 검찰개혁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우(愚)를 범한 셈이다.

이제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탄핵시비에 따른 감정대립에서 벗어나 검찰개혁의 방안을 진지하게 강구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감정의 앙금을 털어버리는 것은 검찰을 감싸고 돌다 결국 '검찰문제' 로 발목을 잡혀 귀중한 개혁정치의 시간을 허송세월하고 만 여권이 특히 유념해야 할 일이다.

*** 조직의 자만이 탄핵 자초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적용확대, 검찰독립을 위한 제도개선 등 검찰인사의 독립방안에 모이겠지만, 구체적인 개혁방안은 이미 1998년 초 경영진단 결과에 충분히 제시돼 있다.

검찰은 그 결과 자체를 혹평하면서 부정했지만 그 진단 결과는 실은 면밀한 실사와 검찰 관계자 및 전문가들과의 깊은 논의를 거쳐 나온 것이었다.

국회가 검찰개혁을 진지하게 모색한다면 거기에 제시된 개혁방안의 목록을 반드시 참조해야 할 것이다.

검찰 역시 이렇게 당할 수 있느냐는 감정적 불만에서 벗어나 스스로 개혁논의에 나서야 한다.

조직의 자만이 불신을 낳고 결국 타율적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다시 반복할 필요조차 없는 진리다.

법원도 개혁을 모색하고 있다. 검찰은 이제 진취적인 자기혁신에 나설 때에야 비로소 위기극복의 길이 열린다는 단순한 진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하여 검찰 탄핵 문제가 끝없는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거듭 나기를 바란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공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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