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스타일] 김석철 아키반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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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멜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의 직업으로 자주 나오는 것이 건축가다. 그래서 한때 대학입시에서 건축학과의 지원 점수가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서울 예술의전당과 경기고 백주년기념관 등을 설계한 아키반의 김석철 대표는 이런 드라마의 주인공에 어울리는 스타일로 살고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건축대학의 설계담당 교수와 서울의 설계사무소 대표를 맡아 베니스와 서울을 오가며 산다. 이밖에도 일 때문에 중국 베이징, 미국 뉴욕 등을 수시로 드나든다.

흑백으로 조화된 사무실에는 그가 아끼는 도자기와 손수 가꾼 화분이 가득하다. 반백의 헤어 스타일과 까만 스웨터 차림도 실내 색채와 조화를 이룬다.

마당 한가운데에 있는 뜰과 같은 형태의 아트리움에 가득한 화초 기르는 방법을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진 사람의 열정이 엿보인다.

사람마다 독특한 스타일은 사물에 대한 남다른 열정에서 나온다.

6.25 전쟁 와중인 중학교 2학년 부산 피난 시절 몇달치 용돈을 모아 조선 말기의 도자기를 샀을 정도로 그의 도자기 사랑은 오래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서 모으기 보다 국립박물관에 가서 감상을 주로 한다.

"내가 따로 가질 필요 없이 박물관 것을 다 내 것인 셈으로 여긴다" 고 말한다.

몇년 전에는 1년 중 2백50여일을 아침마다 한시간씩 국립박물관에 출근하다시피 해 박물관에서 월급을 주어야 한다고 했을 정도였다.

화초는 스스로 설계해 지은 디귿자 형태 3층 건물의 열린 부분을 유리로 덮어 가꾼다. 건물에 둘러싸인 안마당 정원 형태의 아트리움에 계절마다 꽃을 바꾸는데 지금은 국화 향기가 그윽하다. 이밖에도 이곳에는 돌하루방과 조각 작품들이 가득하다.

화분을 키우는데 적합한 온도를 맞추기 위해 안마당 정원에 무쇠 벽난로를 설치했고, 버리는 종이 등을 태우면 훈훈하다. 요즘 보기 드문 무쇠 벽난로는 초록빛 식물과 둔중하게 묘한 조화를 이룬다.

요즘 그는 어떻게 하면 가회동.계동 등 서울에 그나마 남아 있는 옛스러운 곳을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보존할 수 있느냐에 골몰해 있다.

그는 서울의 옛스러움을 보존한다는 게 3~4층 건물에 기와를 얹는 형태여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스스로 가회동 한가운데에 살 집을 마련해 직접 그곳에서 살면서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 모색해 볼 작정이다.

유럽과 중국을 수시로 오가며 체득한 국제적인 안목에 우리 미술품과 한옥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김석철씨가 도시적인 감각으로 만들어낼 마이 스타일은 어떤 모습일까.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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