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갚을 능력, 문제 많은 미국보다 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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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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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2008년에 미국보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빚이 있는 저소득층 가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발간한 ‘2010 금융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 등 올해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을 점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의 비율이 2009년 6월을 기준으로 46.4%에 달했다. 반면 미국은 33%, 일본은 22.4%에 그쳤다.

한국 가계가 보유한 금융 부채는 금융자산의 절반 정도인 반면 미국은 3분의 1, 일본은 4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소득 대비 부채 수준도 미국과 일본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말 국내 가계의 평균 금융부채는 가처분소득의 1.4배로 집계됐다. 그러나 미국은 1.3배. 일본은 1.08배에 그쳤다. 한국의 경우 2003년 이후 미국보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배율이 낮았지만 2008년엔 역전됐다.

금감원은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을 가정해 가계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어떻게 되는지도 예측했다. 지난해 3월을 기준으로 빚이 있는 가구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은 14.1%였다. 하지만 올해 금리가 2%포인트 오른다면 소득 대비 상환액 비율은 16.2%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낮은 하위 20% 계층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 비율은 지난해 3월 17.9%에서 금리 상승 시 21%로 높아지는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출구전략이 시행되면서 대출금리가 오를 경우 소득 수준이 낮은 가계의 부담이 더 커진다는 의미다.

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노년층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금감원 조사 결과 지난해 3월 60대 이상 가구가 보유한 총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86.8%에 달했다. 반면 30대는 부동산 자산의 비율이 65.9%에 그쳤다. 나이가 들어 일정한 수입이 없는 60대 이상 노년층은 사실상 총자산인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런 위험 요인에도 가계부채 문제가 전반적으로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금감원 박동순 거시분석국장은 “금리가 오를 경우 저소득층과 노년층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담보인정비율(LTV·시가 대비 대출 비율)이 평균 47%에 불과하고 가계대출 연체율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5%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말의 0.6%보다 낮다. 2007년 말 2.8%였던 신용카드 연체율도 지난해 9월 말엔 2.2%로 떨어졌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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