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환경영향평가] 현장 안가고 대충 심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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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기도 용인 신봉지구 산림훼손 사태는 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실시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자연환경 훼손과 주민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공공기관이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전문가들은 평가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일 제도의 근본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문제점〓부실한 환경영향평가 문제는 그동안 누누이 지적돼 왔다. 정부가 추진 중인 경의선 복원 및 남북연결도로 건설사업의 경우 비무장지대의 생태계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환경단체로부터 "희귀 동.식물 서식지가 훼손된다" 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환경부가 지난 8월 택지개발지구 등 수도권지역의 대규모 사업장 56곳을 점검한 결과 11곳이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어긴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법을 제정한 지 20년이 됐지만 정부와 사업주체가 환경에 대한 의식이 그만큼 미약하고 제도 자체도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택지개발사업의 경우 건교부.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이 이미 택지지구 지정을 한 후에 영향평가를 받도록 돼 있어 환경영향평가가 '통과의례' 적인 기능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자가 평가서를 제출하면 환경부는 현지 실사를 거쳐 꼼꼼히 평가서를 심의해야 하지만 대부분 서류만으로 심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태도 그같은 의혹을 사고 있으며, 토지공사가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 조성사업을 하면서 1만8천여평의 산림을 훼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환경영향평가서 작성기관이나 이를 심의하는 환경부에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실제로 신봉지구의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 금호엔지니어링의 경우 동.식물 등 생태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 한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심의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측도 대기(大氣)관련 전문가에 맡겨 심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다 보니 상수리나무 등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던 신봉지구를 식재림 지구인 6등급으로 판정하는 엉뚱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관계자는 "전문위원 20명이 전국적으로 한달에 30건 이상씩 접수되는 평가 심의를 제대로 하기란 어려운 실정" 이라며 "특히 녹지관련 전문가는 두명밖에 없다" 고 말했다.

◇ 개선책〓녹색연합 서재철 생태보전부장은 "용역대행업체 인증제를 도입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며 "영향평가 실명제도 서둘러야 한다" 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이경재(李景宰.건축도시조경학부)교수는 "당국의 전문가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며 "영향평가가 이뤄진 후에도 현장 실사 등을 통해 평가서대로 공사가 진행되는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정재헌.정찬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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