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클럽] 일본 혼다 토모쿠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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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요? 13년전 처음 여행올 때만 해도 한국이 어떤 나라인줄 전혀 몰랐어요. 면도기와 헤어 드라이어까지 챙겨 왔을 정도였다니까요. "

유머 넘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충만한 일본어 강의로 최근 서울 종로2가 학원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혼다 도모쿠니(本田知邦.38).

후쿠시마현에서 태어난 그는 도호쿠후쿠시(東北福祉)대 사회복지과를 졸업한 뒤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중 1987년 우연히 동료들과 함께 한국에 놀러왔다가 이내 '한국 사랑' 의 길에 들어섰다.

"남대문시장 등을 둘러보니 일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동감이 살아 숨쉬더군요. '머잖아 한국이 뜨겠구나' 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듬해 서울올림픽을 구경하기 위해 다시 한국을 찾은 혼다는 우연히 한국인 여성 박귀옥(37)씨를 소개받곤 천생연분이다 싶어 곧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방학 때면 고려대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등 양국을 오가며 생활하던 그는 94년 "한국을 제대로 알고 싶다" 며 천직으로 알던 교사직까지 그만두고 한국에 정착했다.

그의 꿈은 한국어를 제대로 배워 일본인과 재일교포 2, 3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 이를 위해 올 2월부터 서울대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전문강사를 양성하기 위해 개설한 과정에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등록, 매일 밤 한국어 책과 씨름하고 있다.

또 장차 서울대 국어교육과 대학원에 입학, 언어는 물론 한국의 문화와 역사도 깊이 연구한 뒤 대학 강단에서 한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겠다는 '원대한 포부' 도 갖고 있다.

그가 한국에 심취하게 된 또 다른 계기는 안중근(安重根)의사가 옥중에서 쓴 '동양평화론' 을 읽으면서부터.

"비록 이토 히로부미를 쏴죽인 장본인이지만 화해와 협력을 통해 동북아 평화를 역설한 그의 사상에 큰 감명을 받았다" 는 그는 "한국에 10만원권 지폐가 나온다면 安의사 초상이 실려야 한다" 는 특별기고를 언론사에 보낼 만큼 열성이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시드니 올림픽 때 쓰였던 한반도기에 독도가 빠져 아쉬웠다" 며 "일본인이 들으면 노발대발하겠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고 거침없이 말할 정도로 한국 사랑이 뜨겁다.

그렇다면 혼다는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그는 "나는 일본인이자 한국인" 이라며 "비록 국적은 일본이지만 양국의 장점만 취하려 노력하고 있으니 나를 어느 한편으로 규정짓지 말아 달라" 고 당부했다.

"심지어 일본어 고급반에 다니는 수강생조차 일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을 정도" 라며 "월드컵도 공동주최하는 만큼 이젠 뿌리깊은 적대심을 버리고 솔직하게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 사랑 못지 않게 지적도 따끔하다. "승객이 타기도 전에 버스는 출발하고 차 사고가 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경제는 급성장했지만 사회는 아직 체계가 잡혀있질 않아요. "

글.사진〓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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