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맛기행] 김용택 시인의 남원 추어탕 '새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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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북 남원시내에서 17번 국도를 따라 전남 구례.곡성 쪽으로 10분쯤 달리면 42년 전통의 추어탕 집을 만나게 된다. '새집' 이 그곳이다.

허름한 가옥이지만 안에 들어서면 '미꾸리(보통 미꾸라지보다 약간 작은 추어탕용 미꾸라지)' 삶는 구수한 냄새가 입맛을 돋군다. 마치 옛날 농촌 잔치집 담 밖으로 넘어온 냄새를 맡는 듯한 기분이다.

섬진강을 노래하는 김용택(52.임실운암초등 마암분교 교사)시인은 "어린시절 물기있는 빈 논 물꼬에서 잡은 미꾸리에 풋풋한 시래기를 넣어 추어탕을 끓이던 어머니의 손맛을 느껴 이 집을 자주 찾는다" 고 한다.

이 집 요리는 추어탕.숙회.튀김 세가지. 푹 삶은 미꾸리를 으깨어 만든 탕은 전국 어느 추어탕 집 것보다 맛이 있다고 주인 서정심(40)씨는 자랑한다.

비법은 한 시간 동안 삶은 미꾸리에 넣는 10여가지의 양념에 있다고 한다. 들깨.토란대.무.고구마 순 등은 퇴비만 사용해 재배한 것들을 쓰고 있다. 특히 시래기는 1년 동안 저장한 것만 쓴다.

된장.간장.고추장 등 기본 양념도 서씨가 재래 방법으로 담가 사용한다. 이를 담아놓은 큼직한 항아리가 뒷뜰에 20여개나 된다.

미꾸리를 통째로 삶아 버섯.들깨.고추장을 넣어 곱돌판에 볶는 숙회는 술 안주로 제격이다.

상추에 된장.마늘과 함께 싸서 먹으면 담백하고 오독오독 씹히는 가시조차 새롭다. 미꾸리를 깻잎에 싸 밀가루를 입힌 뒤 기름에 튀긴 미꾸리 튀김도 일미다.

金시인은 "이집 요리는 고소하면서도 담백하고 개운한 옛 맛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고 예찬한다. 숙회에 대해선 "여운을 남기는 훗맛까지 곁들여져 있다" 고 설명한다.

1년 이상 숙성시킨 깻잎김치.갓김치 등 20여가지의 반찬에서는 호남의 손맛을 덤으로 느낄수 있다. 가격은 탕 6천원.숙회 4만5천원(4인 기준).튀김 2만원.

'새집' 의 전통은 주인 서씨의 고모 삼례(80)씨가 농사일로 지친 남편의 건강을 챙겨주기 위해 끓이던 것이 계기가 돼 58년 지금의 자리에 '포장집' 이란 상호로 출발했다.

고단백.고칼슘인 미꾸리 요리는 스태미너 식이어서 남성들과 임산부에게 특히 인기다. 최근엔 칼로리가 적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도 많이 찾는다.

이집 인근에 춘향과 몽룡이 사랑을 속삭이던 광한루가 있고 30여분을 달리면 지리산에 닿는다. 063-625-2443.

남원=서형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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