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빚은 미국 출구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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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980년 이래 미 방송사들이 실시한 출구조사는 정확하기로 정평있다. 그러나 이번 미 대선 플로리다주 개표보도에서 이들은 최악의 오보를 했다.

오보의 근본원인은 양 후보간 표차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는 기본적으로 표본오차가 있다. 아무리 표본 수가 커도 1% 내외의 표본오차는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 CNN이 유권자 뉴스서비스(VNS)출구조사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플로리다주 출구조사는 1천6백명을 대상으로 했다.

표본오차는 ±2. 5%였다. 다시 말해 5%까지의 격차 내에서는 당락을 예측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번처럼 1천7백여표(1차 개표 기준)의 표차를 예측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표본 추출방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CNN과 CBS는 출구조사와 표본 투표구 개표결과를 바탕으로 결과를 예측했다고 하는데 플로리다주처럼 치열한 경합지역에서는 8천여개 투표구 중 어느 것을 표본으로 골랐는지에 따라 상당한 오차가 생길 수 있다.

발표시점도 문제다. 플로리다주 서북부는 주내 다른 지역과 한 시간의 시차가 있는데 미국의 일부 언론사들은 서북부의 출구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결과를 예측하는 성급함을 보였다.

출구조사 결과의 분석.해석도 문제였다. 미국의 각 언론사는 VNS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각사가 보유한 선거예측 프로그램과 초반의 개표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수치를 발표하는데, 후보간 표차가 작을 경우 각사 전망치가 크게 다를 수 있다.

지나친 속보경쟁이 계속될 경우 이번과 같은 재앙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김행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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