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선택여지 없었던 대우차 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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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 들어 국내에서 팔린 자동차 다섯대 가운데 한대가 대우차다. 국내 3개 공장에서 1만9천명의 종업원이 일한다.

올 상반기 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지만 당기순손실이 1조원이다. 자산(17조7천억원)보다 부채(18조2천억원)가 더 많아 자동차를 만들어 팔아도 이자 갚는 데 허덕허덕하기 때문이다.

이런 대우차가 8일 결국 부도를 냈다. 기업을 살리겠다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지 14개월 동안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우차 노사는 7일 아침부터 만 하루가 넘도록 협상을 벌였지만 결과는 최종 부도처리로 나타났다.

이틀에 걸친 이번 노사협상은 처음부터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종대 회장 등 대우차의 현 경영진은 지난달 30일 취임했다. 신임 경영진은 취임한 지 나흘 만에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가 없으면 부도처리하겠다' 는 주채권은행(산업은행)의 방침을 전달받았다. 이같은 경영진의 협상 상대방인 노조 집행부는 지난달 말 구성됐다. 전임 노조 위원장은 구속 상태다.

7일 아침부터의 노사 협의는 전체 종업원의 5분의1에 이르는 인원을 감축하는 것이 골자인 구조조정 계획에 노조더러 동의하라는 것. 그런데 대우차의 전임 경영진과 전임 노조는 지난 8월 '5년 동안 고용을 보장한다' 는 특별 협약을 맺었다. 불과 두어달 전에 노사가 맺은 특별협약이 협상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8월에 노조가 단체교섭과 관련해 파업했고, 포드와의 매각 협상이 진행되는 판에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해 노조의 요구를 들어준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드는 인수를 포기했고, 노조 집행부는 해외매각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최종 부도처리 소식이 전해진 8일 오후 2시, 대우차 직원들은 허탈해 했다. 한 직원은 "노조도 어느 정도의 인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3천5백명을 줄이는 데 대놓고 동의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 라며 "인력 조정은 희망퇴직 등을 통한 자발적인 감축 등 다른 방법으로 꾀해야 한다" 고 말했다.

7, 8일의 대우차 노사 협상은 공적자금을 받으면서도 구조조정을 게을리한 양쪽 당사자가 협상력의 한계를 안고 임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게임이었다.

김남중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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