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패션 오브 마인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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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데미 무어의 팬이라면 눈여겨볼 작품이다. 여기서 그는 낮과 밤을 다르게 사는 독특한 캐릭터로 나온다.

그렇다고 '지킬박사와 하이드' 식의 선.악이 대비되는 인물이 아니다. 또 낮에는 정숙한 숙녀로, 밤에는 요부로 돌변하는 인물도 아니다.

영화는 현대여성을 압박하는 두 가지 요소, 즉 가사와 직장업무를 완벽하게 치러내야 하는 커리어우먼의 강박관념을 은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에 사는 미국계 여인 마리. 2년 전 남편을 잃은 그는 두 딸을 자상하게 돌보며 뉴욕타임스에 서평을 기고하며 산다. 그런데 아침에 잠에서 깨면 뉴욕의 세련된 출판대행업자 마티로 변신한다.

또 프랑스와 뉴욕에서 각기 다른 남성(프랑스에선 그가 악평한 소설가와, 뉴욕에선 그의 회사 회계사)과 사랑에 빠지면서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킨다.

영화는 심리 스릴러 형식을 따랐다. 여주인공의 이중생활을 균등하게 포착하면서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일까. " 그러나 화면은 급박하지 않다. 주인공의 내면을 따라가며 영화 속 풍경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든다.

결론은 역시 사랑. 마티가 회계사를 선택하며 작품의 긴장감이 해소된다. 당초 의도했던 여성의 자아갈등이 맥없이 희석되는 양상이다.

벨기에 출신의 알랭 벨라이너 감독. 원제 Passion of Mind.11일 개봉.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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