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 3만5000여 명 통화내역 언제든 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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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의 현직 경찰관 3만5000여 명 모두에게서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회해도 좋다’는 동의서를 받기로 했다. 경찰공무원의 비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극약처방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31일 “경찰 공무원의 품위와 근무자세를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은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성매매 업소 업주 등과 자주 접촉하고 비리 가능성이 큰 성매매 단속 분야의 경찰관부터 우선적으로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다. 경찰은 2월부터 불법 유흥업소 단속 과정에서 업주나 종업원들과 통화한 사실이 있고, 합리적인 소명을 하지 못하면 징계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감찰 담당 관계자는 “경찰관의 통화 내역 조회 동의는 경찰 지휘부의 정당한 명령인 만큼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령인 경찰공무원 복무 규정에는 ‘경찰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고 직무상의 명령에 복종하며, 상사에 대한 존경과 부하에 대한 신애로써 규율을 지켜야 한다’ 고 정하고 있다.

경찰의 이 같은 조치는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공직 기강 확립’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물론 전국 공직사회에 초비상이 걸렸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집권 3년째를 시작하는 시점이고,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공직자의 자세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공무원의 장학사 시험 비리를 비롯해 학교 납품 비리, 전국교직원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 정치활동 등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도 같은 맥락이다.

국세청도 최근 기동감찰반을 동원해 직원들의 비위 조사에 들어갔으며, 감사원도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에 대한 감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검찰도 공직자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강인식·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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