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4조 사기 ‘조희팔 사건’ 공범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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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5만여 명의 투자자를 모아 4조원에 이르는 거액을 가로챈 ‘조희팔 사기단’의 핵심 간부가 1년이 넘는 도피 생활 끝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31일 다단계 업체인 ㈜리브에서 경영고문으로 일하던 김모(43)씨를 붙잡아 수배를 내린 충남 서산경찰서로 신병을 인계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수배 중인 리브 회장 조희팔(52)씨와 함께 ‘의료기구 임대사업’을 명목으로 다단계 업체 10여 곳을 운영했다. 조씨는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해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김씨가 조씨의 밀입국을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또 조씨가 2008년 12월 9일 중국으로 밀항할 당시 당국의 수사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 브로커 2명에게 5억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돈 중 상당액이 수사 관계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희팔 사건’은 역대 최대 규모의 다단계 사기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피해액 규모가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조1000억원을 챙긴 제이유그룹 다단계 사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조씨 일당은 2004년부터 5년 동안 다단계 사업을 ‘저금리 시대 재테크 사업’으로 선전하며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은행 이자의 일곱 배인 연 35%의 확정금리를 주겠다고 미끼를 던졌다. 최소 투자 단위는 서민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의료기 한 대 값인 440만원으로 정했다. 투자자들이 돈을 내고 의료기를 사면 조씨 등이 찜질방 등에 임대해 1년이면 594만원을 챙길 수 있다고 선전했다.

투자자들은 매일 소액의 수익금이 통장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조씨 등을 의심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조씨의 ‘렌털 마케팅’을 믿고 수익금을 재투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피라미드 다단계 구조가 완성됐다. 그러나 뒤에 가입한 사람의 돈으로 예전 회원에게 이자를 내주던 구조가 한계에 달하며 사기 행각이 들통났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조씨의 행방을 추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 다단계 회사를 운영하며 투자금 2조원을 유치한 것과 관련해 실제 피해 액수와 수법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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