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퇴출 대상 졸속 선정'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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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1.3 기업퇴출' 이 현장 확인없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법원이 회생 가능하다고 판정한 기업이 '청산' 대상에 포함되는가 하면, 사실상 퇴출되고 서류상으로만 남은 회사들도 퇴출기업 명단에 올랐기 때문이다.

◇ 대동주택 퇴출은 법원도 반대〓경남 창원의 대동주택은 법원이 화의기업 중 회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회사인데도 채권은행이 퇴출을 결정해 논란을 빚고 있다.

화의담당 재판부인 창원지법 민사11부 박기동 부장판사는 6일 "지난 4월 화의 인가 후 신규사업 수주가 잘되고 자금회전도 좋은 것으로 판단되는 회사를 청산대상에 넣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고 말했다.

대동주택측은 "현재 7백억원 가까운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달 중 신규 분양을 실시할 예정" 이라며 "은행 직원들이 과거 자료만 보고 퇴출을 결정한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회사측은 6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주채권은행인 주택은행과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재심을 요청키로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주택은행측은 "대동주택이 여신 7백77억원에 대한 이자를 지난해 12월부터 연체했고 원금상환도 41억원이나 밀려 있다" 며 "청산은 당연한 결정이며, 재고의 여지도 없다" 고 말했다.

◇ 없어진 회사도 '퇴출' 〓경매를 통해 주인이 바뀐지 오래된 회사가 해당 은행도 모르는 사이에 퇴출명단에 들어간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드러났다.

광주의 양영제지는 이미 올 4월 법원의 경매가 끝나 회사이름도 '두림제지' 로 바뀌어 아예 사라진 회사.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이 회사의 여신을 경매 당시 모두 정리했다. 그런데 존재하지도 않는 양영제지라는 회사가 버젓이 지난 3일 퇴출기업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측은 "실무자도 양영제지가 퇴출명단에 포함됐는지 몰랐다" 며 "발표 직전 금감원에서 끼워넣은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이밖에 진로종합유통은 지난해 이미 자산관리공사가 이 회사의 채권을 은행에서 인수해 제3자에게 매각을 끝냈음에도 이번 퇴출명단에 포함됐다.

삼성자동차와 대한중석.한라자원 등도 이미 제3자에 매각.청산된 회사로 서류상 폐지절차만 남겨둔 상태였다.

금융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인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퇴출기업 수를 부풀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창원〓허상천 기자,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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