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아이 봐 줬더니 배추로 보답…이웃의 정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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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편 직장을 따라 경기도에서 이곳 완도의 작은 시골 마을로 이사를 왔다.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토박이들이서 그런지 처음에는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비를 들고 부지런을 떨기도 하고 대문을 나서면 마주치는 사람마다 이사를 왔다고 인사도 해봤다.

며칠 전 옆집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아 살그머니 대문을 밀어봤다.

다섯살쯤 돼보이는 사내 아이가 '엄마를 찾는 듯 눈물 콧물이 범벅이 돼 '마당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낮잠을 자다 깬 듯 싶어 그 집 대문에 쪽지를 꽂아둔 뒤 아이를 달래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얼마 뒤 사내 아이 엄마가 찾아왔다. 그녀는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더니 들고 있는 광주리에서 배추 솎음질한 것을 마루 한 편에 수북이 내려놓고는 계면쩍게 웃으며 대문을 나섰다.

각박한 도심에서 벗어나 진솔한 이웃의 정을 느꼈다.

권영희.전남 완도군 완도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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