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석기유적 역사날조 몰카에 들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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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도쿄〓남윤호 특파원]일본에 전기 구석기문화가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유적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미야기(宮城)현 가미타카모리(上高森)의 70만년 전 석기 유적이 날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5일자 1면 머릿기사를 통해 조사단장인 도호쿠(東北)구석기문화연구소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50)부이사장이 "70만년 이전 및 60만년 전 석기를 발견했다" 고 발표하기 닷새 전인 지난 10월 22일 오전 6시18분쯤 발굴현장에서 혼자 구덩이를 파고 미리 준비해온 석기를 묻었다고 폭로했다.

이 신문은 취재팀이 문제의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후지무라 부이사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심리적인 압박이 심해 마(魔)가 끼었다" 면서 "땅에 묻은 것은 개인적으로 모아왔던 석기 수집품이었다" 고 날조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또 전기 구석기 시대 유적으로 알려진 홋카이도(北海道) 소신후도자카(總進不動坂) 유적에서 지난 9월에 석기를 발견한 것도 자신이 날조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일본의 전기 구석기 유적지인 가미타카모리 유적은 1992년 후지무라 부이사장 등이 발굴을 주도했으며 출토연대가 처음엔 13만년 전이었으나 그후 다섯 차례의 발굴을 통해 6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이어 조사단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6차 발굴 결과 약 60만년 전 원인(原人)의 건물유적으로 보이는 주혈적(柱穴跡)과 70만년 전 석기 등 31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후지무라 부이사장은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땅을 파 미리 묻어둔 석기를 꺼내들면서 70만년 전 구석기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가미타카모리 유적지는 일본 고교 교과서에 98년부터 실렸으나 이번에 날조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학술적 신빙성이 크게 의심받게 됐으며, 일본의 전기 구석기 시대에 관한 연구 역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후지무라 부이사장은 고교 졸업 후 독학으로 고고학을 배워 72년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했으며 81년엔 당시 최고(最古)기록을 1만년 이상 경신하는 4만여년 전 석기를 발견했다.

그후에도 발굴할 때마다 최고기록을 갈아치워 일본 학계에서는 '석기의 신' '신의 손' 으로 불려왔다.

후지무라 부이사장은 가미타카모리 및 소신후도자카 이외엔 날조한 적이 없다며 자신의 초기 발굴 성과는 믿을 만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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