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오차내 대혼전 막판까지 안개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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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민주당 앨 고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에 대한 지지율과 이들이 확보한 각 주 선거인단 숫자가 계속 들쭉날쭉이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고어 후보는 4일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부시 후보가 온정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하지만 그는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그의 전임자인 로널드 레이건의 뒤를 따르고 있을 뿐" 이라며 부시가 공화당 전임 대통령들처럼 부자들을 위해 중산층과 서민계층을 희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시 후보는 이날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주 도시들을 돌며 "미국민은 그동안의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될 것" 이라며 빌 클린턴 대통령과 고어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10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적으로 부시가 고어를 4~5%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우세가 모두 오차범위 안이어서 사실상 무의미한 데다 그와 반대되는 여론조사 결과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뉴스위크 최신호(13일자)의 경우 고어가 열흘 이상의 부진을 딛고 44%대 41%로 부시를 앞섰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CNN.갤럽의 공동조사와 MSNBC.로이터 조사도 고어가 부시와의 격차를 2~4%포인트 차이로 좁히며 상승세를 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미국 대선이 유권자의 직접투표가 아닌 선거인단을 뽑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권자 지지도가 선거인단 확보로 직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미국 선거의 묘미이기도 하다.

MSNBC.로이터가 대선 당락을 가를 9개 경합주에 대한 지지율을 사흘 단위로 조사해 발표하는 트래킹폴(추적 여론조사)에 따르면 4일 현재 고어는 일리노이와 미시간.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워싱턴에서 우세를 지키고 있다.

부시는 오하이오.미주리.위스콘신에서 우세다. 고어의 고향이지만 부시가 우세하던 테네시는 46%의 동률이다.

플로리다에선 열세이던 부시가 고어와의 격차를 1%포인트로 줄였다.

MSNBC.로이터는 이 결과대로라면 고어가 9개주 선거인단 1백53명 중 99명을, 부시가 43명을 추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가 각각 선거인단 2백명 정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1백30~1백80명을 놓고 접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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