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단절 잇는 자원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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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주공 2단지 아파트 203동. 13평짜리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민영지(87)할머니는 요즘 살 맛이 난다.

찾는 이가 없었던 집에 지난 1일부터 아들.손자뻘 말동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일 아침 문안 전화를 올리고 수시로 찾아와 얘기 친구가 돼 준다. 3일 아침에는 목이 아프다고 했더니 차에 태워 병원 치료도 받게 해줬다.

"우리야 뭐 특별한 일을 하나요. 혼자 사는 노인들한테 가장 힘든 것이 외로움일 것 같아 찾아뵙고 있지요. "

이들은 과천시 자율방범대원. 대원 32명이 두 팀으로 나눠 갈현동과 문현동의 혼자 사는 노인들을 보살피는 자원봉사에 나섰다. 방범 순찰을 하면서 빠짐없이 방문한다.

대장인 채영진(59.농업)씨는 "그늘 속의 노인들을 보살펴야 밝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대원들이 마음을 모았다" 고 말했다.

3일 저녁에는 갈현동 복지회관에 모두 모여 가족기념 파티도 열었다. 이들은 "앞으로 부모님처럼 모실테니 어려워 마시고 친아들처럼 여겨달라" 며 엎드려 큰 절을 올렸다.

대원들은 지난해부터 매주 월요일 지역 노인 32명에게 도시락과 손수 거둔 의류,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구입한 연탄을 전달해 왔다.

문원동 자율방범대장 이관원(42.노래방업)씨는 "다양한 이웃들이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노인들에게 '함께 산다' 는 훈훈한 정을 전하는 것은 젊은 세대의 의무" 라고 말했다.

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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