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트너 재무 ‘AIG 스캔들’로 곤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티머시 가이트너(사진) 미국 재무장관이 ‘AIG’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가이트너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열린 하원의 정부개혁 감시위원회 청문회에서 정부가 AIG 구제금융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의 질책을 받았다.

민주당의 에돌푸스 타운스 정부개혁감시위원장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AIG를 지원함으로써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에 국민 세금 621억 달러를 쓴 결과를 낳았다”며 “생명력을 잃은 빈 껍데기인 AIG에 세금을 쏟아붓고 월가의 금융 기관들이 이를 뜯어먹게 했다”고 비판했다. AIG는 2008년 미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1800억 달러의 구제금융 중 3분의 1 정도를 자신의 거래 금융회사에 보상 형식으로 지원했다. 당시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였던 가이트너는 e-메일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AIG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가이트너는 청문회에서 AIG에 어떠한 압력도 행사하지 않았으며, AIG에 대한 구제금융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e-메일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제금융 이외의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만약 정부가 소규모 지원에 그쳤다면 투자자들이 AIG에 대한 신뢰를 잃게 돼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가이트너 장관을 계속해서 궁지로 몰아넣었다. 공화당의 존 마이카 의원은 가이트너 장관이 소득세를 체납했다는 사실까지 거론해 가이트너의 진땀을 뺐다. 그는 “책임자로서 잘못을 했거나 잘못된 일에 관여한 것만은 분명하다”며 가이트너의 사퇴를 주장했다.

최근 백악관 내에서 좁아진 입지도 가이트너 장관을 주눅들게 하고 있다. 친월가 성향의 가이트너 장관은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의 무한한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 은행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폴 볼커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의 어깨에 힘을 실어 줬다. 상대적으로 가이트너의 입지는 약화됐다.

김경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