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현대건설 파문… 증시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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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개장을 10분여 앞둔 31일 서울 여의도 증권시장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루 앞선 동아건설의 자금지원 중단 소식만 해도 버거운 상황에서 현대건설의 1차 부도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증시가 또 한차례 대폭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오전 9시 개장에 돌입하자 증권사 객장에서는 안타까움과 절망감이 뒤섞인 한탄이 터져나왔다.

개장 1분만에 시세판에는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힘없이 무너져 497.59까지 떨어지더니 9시12분에는 483.58까지 추락했다.

현대건설의 1차 부도소식이 전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일제히 하한가에 주식을 내놓는 투매사태가 벌어지면서 전날보다 단숨에 21.15포인트(4.19%)가 폭락한 것이다.

'정현준 게이트' 로 빈사상태에 있는 코스닥도 70선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절망적인 시장 분위기는 현대건설의 1차 부도 소식과 동아건설의 법정관리 방침의 실질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12분만에 막을 내렸다.

특히 개장 직후 관망하던 외국인들은 오전 10시 무렵부터는 거래소에서 순매수에 나선 것은 물론 전날까지 장세를 비관해 5천 계약이나 쌓아뒀던 선물 매도 포지션을 대량 처분하면서 투기적인 선물 매수에까지 나섰다.

한마디로 이제야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음을 알린 신호탄 같은 것이었다.

뒤늦게 시장 분위기를 감지한 개인들도 저가매수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의 말대로라면 '시장의 힘' 을 입증해준 계기가 됐다는 것.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는 9.75포인트(1.93%) 오른 514.48을 기록하며 500선을 다시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도 74.68를 기록하며 전날보다 0.50포인트(0.67%) 오른 보합세로 반등했다.

이날 시장 반전을 지켜본 증시전문가들도 "현대건설과 동아건설 사태가 단기 충격, 장기호재" 라며 "구조조정의 가닥이 잡히고 옥석 구분이 제대로 되면서 증시가 상승전환될 것" 을 기대했다.

특히 대외적으로 한국은 '자금 소모자' 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자금 소비자' 들에게 자금이 배분되는 선순환의 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현대건설과 동아건설 소식을 듣자마자 기회라고 판단해 모처럼 1백억원 이상의 주식을 샀다" 며 "시장에서 퇴출을 많이 시킬수록 호재" 라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처럼 현대건설과 동아건설 사태의 시장 충격은 10여분만에 끝났고 중장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도 "동아건설과 현대건설에 대한 채권단의 결정은 이제는 어떤 기업들도 시장원칙에 의해 움직여진다는 것을 보여준 대사건" 이라고 평가했다.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이사는 "동아건설을 퇴출시키는 마당에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건설의 경우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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