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육감 자리 개방으로 교육에 새 바람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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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교육감 출마 자격과 교육위원 선출 방법을 놓고 국회와 교육계가 진통을 겪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해 말 법사위를 열고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교사·교수 경력 없이도 교육감이 될 수 있도록 하고, 교육위원을 직접 선거가 아닌 정당 추천 비례대표제로 선출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교육계 반발이 거세자 ‘재검토’로 한발 물러난 상태다. 오늘 열리는 교과위 전체회의는 교육감 출마 자격을 교육 경력 2~3년으로 완화하는 절충안을 논의할 예정이나 교사단체는 반발 집회로 맞설 태세다.

교육감은 교육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지방 교육의 수장(首長)이다. 그런 만큼 교육 경력이 풍부한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게 그간 교육계의 금과옥조(金科玉條)였다. 시·도 교육감 대부분이 교직 경력 30~40년의 교장 출신이거나 교수 일색인 것도 그래서다. 문제는 교육감들의 이런 특성이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걸맞은 개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십 년간의 교직 생활에서 몸에 밴 보수성과 얽히고 설킨 학연·지연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교육의 정체가 우려된다. 교육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개혁적 인사가 교육감이 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 경력 자격요건을 최소화하는 것도 방법은 될 수 있다. 제2, 제3의 설동근 부산시교육감이 나오게 하는 길이다. 전국 최초의 무학년제·독서이력제·교장평가제 등 ‘부산발 교육혁명’의 주인공인 설 교육감은 5년간 초등교사 경험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의 교육혁신 아이디어는 수십 년간의 기업 운영 노하우와 사회단체 경험이 바탕이 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교육 경력이라는 족쇄를 아예 푸는 게 옳다. 그러지 않고서는 미셸 리(41) 워싱턴 교육감 같은 젊고 개혁적인 교육감은 나올 수 없다.

교육위원 정당 비례대표제 도입은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다. 돈 낭비에 허울뿐인 직접선거는 분명 손봐야 하지만, 교육위원 후보들이 정당에 줄 서는 등 교육의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국회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