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껴안기] 13년간 미혼모 1백명 자립 도운 홍명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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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3년 동안 저와 함께 고통을 나눴던 미혼모 가운데 1백명 이상이 가정을 꾸리고 정상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

서울 성북구 삼선동 평화모자복지회(회장 최형인)에서 상담원 겸 어린이집 원장 일을 하고 있는 홍명숙(洪明淑.42.사진)씨는 미혼모들에게 친정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이 단체는 아이를 입양시키지 않고 직접 기르려는 미혼모들의 자립을 돕는 민간복지시설. 1988년 변호사.교수 등 수십명이 모여 "고아 수출국의 오명을 벗자" 는 캠페인을 벌이는 과정에서 설립됐다.

89년 독일의 지원금으로 얻은 단칸방에 미혼모 서너명을 데리고 출발해 지금의 전셋집까지 1백명이 넘는 미혼모와 그들의 아기가 이곳을 거쳐갔다.

평화모자복지회(http://www.moja.or.kr)는 입소한 모자에게 1~2년 동안 생활비를 지원한다. 어린이 집에서는 미혼모들이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아이들을 무료로 돌봐준다.

또 이곳을 '졸업' 한 미혼모들에게 주거비 무이자 대출, 어린이집 교육비 감면 등 지원도 하고 있다.

洪씨는 "몇년 전 기형아를 출산하고는 죽고 싶다며 마지막으로 우리를 찾아온 미혼모에게 수술비를 대주고 가정을 꾸리게 한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고 했다.

洪씨는 "미혼모들은 아이 때문에 어려운 길을 택한 사람들인데도 지금도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게 안타깝다" 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동네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1년이 멀다 하고 이사다녀야 했다. 요즘은 조금 사정이 나아져 미혼모의 아기들에게 옷을 물려주기도 하는 인심좋은 이웃도 있다고 한다.

복지회는 1백여명의 회원들이 매달 1천~10만원씩 내는 후원금, 어린이집 수익금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운영비가 빠듯해 정부 보조를 받을 수 있는 법인화를 시도하고 있다.

洪씨는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다섯 가정에 불과한 수용인원을 늘리지 못하고 사회복지사도 구할 수 없어 안타깝다" 고 말했다.

출범 당시 우리나라에서 후원자를 찾지 못해 독일의 민간단체 '인간의 대지' 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02-765-8578.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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