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전 사장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2001년 한 전 총리가 여성부 장관이 된 뒤 그와 함께 골프매장으로 가 골프채 세트를 구입했다”면서 “‘이제 장관도 됐으니 골프도 치시라’는 취지의 말과 함께 골프채를 그 자리에서 건네줬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곽 전 사장이 건넨 골프채는 1000만원대의 일본 마루망사가 만든 ‘마제스티’라고 한다. 마루망은 혼마와 함께 고급 골프채를 제조하는 회사이며, 마제스티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제품으로 꼽힌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의 진술을 토대로 해당 골프매장 업주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한 전 총리는 2000년대 초반 골프를 처음 배웠고,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있던 2004년 11월 여야 동료 의원 30명과 함께 ‘무분별한 골프장 증설에 반대하는 노(No) 골프 선언’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골프를 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8일 한 전 총리를 체포해 조사하면서 곽 전 사장에게서 골프채 세트를 받은 적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한 전 총리는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검찰은 곽씨의 이 같은 진술이 담긴 증거 목록을 담당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 전 총리가 뇌물수수 의혹을 부인하지만 골프채 선물과 관련된 곽씨의 진술이 금품 전달을 입증하는 정황증거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의 조광희 변호사는 “한 전 총리는 곽 전 사장에게서 골프채 세트를 받은 적이 없다. 이를 법정에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28일 오후 2시 첫 재판을 열 계획이다.
이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