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즐기고 학교 다니는 우간다 '꼬마 왕' 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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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세살 때 즉위해 기네스북에 '꼬마 국왕'으로 등재된 우간다 왕이 지난달 취임 9주년을 맞았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 오요(左)의 취임 9주년 기념식에서 어머니가 차림새를 매만져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우간다의 네 왕국 중 하나인 토로를 다스리는 오요 님바 카밤바이구루 루키디 4세(12). 우간다 서부 포트 포탈에 있는 토로 왕국의 12번째 왕이다. 우간다는 대통령이 실질적 통치를 하지만 일부 부족엔 아직 군주제의 전통이 남아 있다. 오요의 부친은 오요가 세살 때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와 위로 누나가 있었지만 여성의 왕위 계승을 허락하지 않는 전통 때문에 엄마 품에서 재롱을 떨어야 할 오요가 왕관을 물려받았다.

오요는 NYT와 인터뷰에서 "내 생활은 여느 열두살 소년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 역시 또래들처럼 비디오 게임을 즐기며 매일 학교에 간다. 교사와 친구들은 그를 스스럼없이 '오요'라고 부른다. 숙제를 하지 않을 때는 왕궁 뒤뜰에서 개 세마리와 뛰어논다. 그러나 그에겐 왕으로서의 의무가 있다. 즉위 후 지금까지 아프리카 인근 국가들을 수차례 순방했으며 유럽과 미국에도 가 고위 인사들과 안면을 텄다.

최빈국 중 하나인 우간다 국민은 1년에 비행기 한번 타기가 쉽지 않지만 그는 늘 2등석 비즈니스 클래스를 탄다. 스와질란드.가나 등 다른 아프리카 국왕들이 복잡한 여성 관계와 헤픈 씀씀이로 비판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이 소년은 여자친구도 없는 '모범생'인 셈이다.

그의 소망은 저잣거리에서 아이들과 섞여 뛰어노는 것. 하지만 호위병이 늘 그림자처럼 붙어다녀 여의치 않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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