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상에 '행운의 편지'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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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그대에게 행운이 있기를…울퉁불퉁 찌그러진 모과일수록 향기는 더 짙게 나는 법입니다…(중략)…지금 당신에게 전달된 이 편지는 4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이 편지를 포함해 8통을 행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면 7년의 행운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3년의 불행이 있을 것입니다' . 며칠전 회사원 金모(31)씨가 받은 e-메일이다.

사이버상에 '피라미드(다단계)형 e-메일' 이 확산하고 있다.

피라미드형 e-메일은 '행운의 편지' 처럼 글을 읽은 사람에게 똑같은 내용을 여러 곳에 게시해 줄 것을 '부탁' 또는 '협박' 해 같은 내용의 글이 e-메일로 전달되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업체의 게시판에는 '이 글을 다른 곳에 게시하지 않으면…' 의 내용이 담긴 글이 매일 수백건씩 올라오고 있다.

하늘사랑의 윤종윤 고객지원팀장은 "네티즌의 막연한 불안심리를 이용한 피라미드형 글이 3개월 전부터 하루 평균 2백여건씩 올라오고 있다" 면서 "상업형.읍소형.사회고발형.루머?등 다양한 형태로 퍼지고 있다" 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런 피라미드형 e-메일이 확산하는 이유로 네티즌의 불안심리.동정심 뿐만 아니라 간단한 복사 또는 포워딩(전달) 기능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e-메일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찝찝해 하느니 간단히 포워딩만 해서 맘 편히 지내자' 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요즘 가장 활개치고 있는 게 상업형. '○○사이트에 들어가 클릭만 하면 돈이 들어온다' 면서 '이 글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 돈과 행운이 들어올 것' 이라며 사이트 홍보를 한다.

사회고발형과 루머형도 적지 않다.

사회고발형은 각종 비리.고발 내용 등을 올려 네티즌에게 '이 딱한 사정' 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병원에서 억울하게 죽은 동생의 죽음을 탄원하는 내용, ○○학교 폭행사건 이후 가해자 부모에 대한 비판 등이 대부분이다.

루머형은 주로 연예인 관련 루머를 체험담 형식으로 올린다. 루머형은 연예인 소식에 민감한 네티즌의 심리에 따라 '카더라 통신' 으로 크게 확산하고 있다.

"제발 이 게시물을 추천해 주세요. 추천하지 않으면 제가 중간고사를 망치게 됩니다." 전형적인 읍소형 e-메일이다.

많은 사이트에 게시물마다 추천을 받도록 해서 추천 숫자에 따라 선물이나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읍소형 e-메일 발송자는 자신이 특정 사이트에 글을 올린 후 e-메일을 통해 네티즌의 추천을 받아 선물 등을 챙기는 '얌체형' 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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