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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이 현실로…(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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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적세 중기부터 후기까지 빙하기에 걸쳐 생존한 코끼리의 조상 매머드는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등 동토층에서 깨끗한 상태로 많이 발견돼 복제연구가 활발하다.

1984년에 벌어진 엄청난 뉴스였다. 그러나 해프닝으로 끝났다.

시베리아에 폭설이 내렸다. 길을 가던 한 트럭이 눈에 완전히 갇혔다. 사방이 온통 눈 천지라 구조차량이나 중장비도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때 거대한 동물이 흑기사처럼 나타났다. 이 동물은 눈밭을 이리저리 헤치며 오도가도 못하는 트럭을 끌어내는 맹활약을 펼쳤다. 이 동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거대한 동물은 오래 전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매머드(mammoth). 국내에서는 맘모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코끼리의 조상이다.

시베리아 얼음 속에는 수십만 마리의 매머드가 묻혀 있어

그러면 어떻게 나타날 수 있었을까? 시베리아대학의 한 수의학 교수가 눈 속에서 발굴된 매머드의 사체에서 난자를 분리해 코끼리 정자와 수정시켜 탄생시킨 ‘마몬텔레파스’라는 잡종 매머드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매머드는 홍적세 중기부터 후기까지 빙하기에 걸쳐 생존한 긴 코를 갖고 있는 장비목(長鼻目)의 포유류다. 어금니는 엘레파스라는 능판이 모여 빨래판 모양이고, 굵으며 나선상으로 휘어졌다.

한랭지방에 적응하였으며 얼음 속에서 죽은 매머드가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등지에서 많이 발견되어 매머드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인류의 구석기시대 사냥대상이었으며 털복숭이 매머드가 잘 알려져 있다.

그 해 4월 1일 미국의 MIT 기관지인 ‘테크놀로지 리뷰’에 이와 같이 놀라운 사실이 실렸다고 시카코 트리뷴紙가 보도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한 이 보도는 테크놀로지 리뷰의 만우절 기사였던 것임이 밝혀져 해프닝으로 끝나고 만다.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에서 시작해 백악기말까지 전 세계에 걸쳐 번성했던 육상 파충류 공룡의 복제연구도 활발하다. 공상과학소설 쥬라기 공원이 현실로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많다.

현존하는 코끼리와 사촌으로 알려진 매머드는 약 4백 만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했다. 그 후 아시아와 유럽 지역으로 퍼지면서 각지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종으로 진화했다. 그 가운데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대장정을 거쳐 약 40만년 전 한 무리의 매머드들이 시베리아에 도착했다.

매머드의 절멸의 원인에 대해서는 이상기후에 의한 기후변화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사냥했기 때문이라는 인류사냥설 등의 가설이 있지만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매머드 부활은 이론상으로 가능하다.

멸종의 이유가 무엇이든 매머드가 미국 신문의 만우절 기사처럼 현실세계에서 부활하는 것은 가능할까?

현재 매머드 부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기관 중의 하나가 일본 연구팀이다. 일본 긴키대 수의학자 고토 가즈후미 박사는 죽은 황소의 정자를 이용해 송아지를 태어나게 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매머드 부활에 나섰다.

온전히 보존된 매머드의 정자를 유전적으로 제일 가까운 아시아 코끼리의 난자와 결합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처음에는 매머드와 코끼리의 유전자가 반반씩 섞인 잡종이 태어난다.

생명과학의 진보와 함께 DNA 복제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멸종동물 복원에 대한 연구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그의 난자를 다시 순종 매머드의 정자와 수정시키는 방법으로 몇 세대가 계속되면 유전적으로 거의 순수한 매머드가 태어난다는 것. 가토 박사의 계산대로라면 50년 동안 반복해서 교배를 시킨다면 실제 매머드와 88% 정도 비슷한 종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같은 긴키대의 아리타니 아키라 교수는 복제양 돌리처럼 체세포 복제를 이용한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냉동된 채 발견되는 매머드의 체세포에서 핵만 추출해 핵을 제거한 코끼리 난자에 융합시켜 대리모 코끼리에 수정란을 착상시키는 방법이다.

매머드의 체세포 핵을 코끼리 난자에 넣는다면…

하지만 두 가지 방법 모두 매머드의 사체에서 손상되지 않는 DNA를 검출해야 된다는 전제조건을 안고 있다.

발굴되는 매머드의 사체는 자연상태에서 동결되었기 때문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계절과 기후 변화에 따라 해동과 냉동이 거듭되면 세포막과 핵이 심각하게 손상되므로 자연상태의 냉동사체로부터 온전한 DNA를 얻기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로 1999년 시베리아 타이미르에서 발굴된 매머드의 DNA는 너무 분해되어 있어서 가장 긴 것도 100개의 염기쌍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10억 개 이상의 완벽한 염기쌍에 비하면 그것은 너무도 자잘하게 부서져 있는 시료다.

또한 설사 복제에 성공한다 해도 원래 매머드와 다른 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것은 복제 과정에서 체세포 제공 동물의 미토콘드리아는 없어지고 대리모 미토콘드리아만 남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로만 유전되므로 이와 같은 이종 동물 간의 복제는 DNA는 같지만 순수 혈통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독일의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울리 매머드의 게놈 중 일부를 복원시킨 의미심장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는 시베리아 영구 동토에서 발견된 매머드의 화석 뼈에서 시료 200mg을 추출하여 미토콘드리아 DNA의 암호를 완전히 해독해냈다고 한다. 이는 추출 유전물질의 중합효소연쇄반응이라는 다중 증폭기술 때문에 가능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 코끼리가 매머드의 유전자 계보에서 분화해 나간 것은 약 600만년 전이며 아시아 코끼리는 그로부터 약 44만년 후에 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매머드의 유전자 계보가 아프리카 코끼리보다 아시아 코끼리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얼음 속에 잘 보관된 공룡도 있지 않을까?

1년 내내 녹지 않는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에는 현재 멸종된 매머드 수십만 마리가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지금까지 발굴된 매머드는 100여 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 더 완벽한 사체가 발견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또한 앞서의 유전자 증폭기술처럼 손상을 입은 동결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만우절 기사가 아니라 실제로 매머드가 부활했다는 보도를 접할 날도 있지 않을까? 또 그렇다면 공룡 또한 마찬 가지가 아닐까? 또 그렇다면 쥬라기 공원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계속)

김형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