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주가 대폭락 우울증환자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대만 주가가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3일 대만 주가지수인 자취안 (加權) 지수는 5, 876으로 지수 5, 000대로 내려선 데 이어 18일엔 5, 432.23까지 떨어졌다.

이러다 보니 애꿎은 일반투자자들만 우울증과 불면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뻔히 보는 앞에서 평생 모은 재산이 날아가는데 견뎌낼 장사가 없는 것이다.

타이중(臺中)시 런아이(仁愛)의원의 왕즈중(王志忠)원장은 19일 "지난 1주일 사이 심장병.우울증.불면증.손발 저림 등 심인성(心因性)환자가 20% 정도 증가했다" 고 전했다. 그는 "17일엔 증권 객장에서 곧바로 실려온 환자도 세 명이나 됐다. 최근 폭락 장세로 고통받는 국민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타이베이(臺北) 중산(中山)의료원 천윈펑(陳雲風)박사는 "심리적 충격 때문에 일시적인 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 병원 치료보다 가족들의 따뜻한 보살핌이 더욱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증권 투자로 돈을 날렸을 경우 주변으로부터의 소외가 결정적인 타격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산업계에 부는 경제침체 바람은 두 얼굴이다. 일반 산업에는 한풍이지만 유흥업에는 훈풍이다. 대만 최대 전자연구단지인 신주(新竹)과학원 내 1백72개 업체에서 일하는 여성근로자 중 32%가 최근 3개월 사이 직장을 잃었다. 주변 타오위안(桃園)공업구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곳 여성근로자들이 갈 데가 없다는 것. 다른 곳도 인원을 줄이는 판에 일자리가 있을 리 만무하다.

결국 이들이 찾는 곳은 신주와 타이베이 일대 술집과 매춘업소다. 이들은 '신참들(生力軍)' 이란 이름을 달고 유흥업소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터넷 서버관련 사업 때문에 손님 접대가 잦다는 타이베이의 한 사업가는 "요즘 술집에 가면 새 얼굴들이 크게 늘어났다. 파트너를 구하지 못했던 옛날과는 딴판" 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소황(掃黃)' , 즉 매춘 소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내세웠던 타이베이시가 '매춘업 르네상스' 에 속수무책이란 사실이다. 먹고살 길이 막연해 할 수 없이 흘러들어온 사람들을 엄하게 단속할 경우 더 큰 동티가 날 수 있기 때문. 이래 저래 요즘 타이베이의 가을은 우울하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