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기자가 독일의 베를린에서 겪은 일. 당시는 스킨헨드족이나 신나치족들이 외국인을 상대로 종종 테러를 하던 때라서(지금도 그렇지만)시내를 다닐 때면 동양인으로서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유학생들한테서 들은 몇몇 정보 중에는 옛 동베를린 근처의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에 관한 얘기도 있었다.
"자율적 군집 생활을 하며 독특한 문화를 일구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는 것.
그들은 '아우토노멘(autonomen)' 이라고 불린다는 것. 이들을 스킨 헤드족 혹은 신나치주의자들과 같은 부류가 아닐까 싶어 근처까지 갔다가 은근히 두려워 되돌아온 기억이 있다.
5년전 기억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인공들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별다른 학구적 호기심이 없다면 별로 알 필요가 없지않나 싶을 정도로 우리 사회와는 다소 적실성(適實性)이 떨어지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책의 주인공들은 '정치의 전복' 을 꿈꾸는 자들이며, 그 대상은 기존의 정치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그 지향하는 바가 혁명의 수준까지 갈 수 있는 대중적 매력이 있는 것도 현재로서는 사실이 아니다.
아우토노멘은 독일의 대표적인 '정치의 전복자' 들. 자율.자치를 강조하는 이 독특한 정치적 결사체는 유럽 신좌파운동의 태동과 더불어 싹텄다.
국가권력의 장악에 몰두했던 20세기 여타의 운동과 달리 이들은 국가권력의 해체를 주장한다. 무정부적 속성이 다분하며, 직접민주주의와 자치의 원리에 따라 살고 있다.
이 신간은 독일.덴마크.이탈리아 등 유럽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자율적 정치.사회운동을 사회사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살폈다.
프랑스의 '68학생운동' 은 이런 움직임의 시발점이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올 광주항쟁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광주 코뮨 : 20년이후' 를 발표한 미국 보스턴 웬트워스대 교수. '노동자주의' 를 주장하는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네그리와 차별적 관점에서 그의 독특한 시각을 주목할 필요는 있다.
정재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