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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암 수술비, 입원기간이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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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그동안 환자들은 질병의 종류나 병원 규모에 따라 수술비가 차이 날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24일 처음 공개한 병원별 자료에 따르면 같은 질병이라도, 또 비슷한 규모의 병원 간에도 수술비와 입원 기간에 큰 차이가 벌어졌다. 병의 중증도나 나이 등 진료비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 요인도 고려해 산정한 자료다.

심평원 김재선 평가총괄부장은 “전체 병원 평균보다 수술비와 입원일수가 월등히 차이가 나는 건수들은 제외해 평균을 구한 것”이라며 “병원들의 진료 서비스 차이 등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자료에는 수술 전 검사비가 포함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섞여 있어 한계가 있다.

◆입원 기간 차이가 주 원인=가톨릭대성모병원(여의도성모병원)의 유방 전체 절제 수술 건당 평균 진료비는 221만원, 입원 기간은 4.9일이다. 반면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485만원, 입원 기간은 16.6일이다. 순천향병원의 입원 기간이 3.4배 정도 길다. 대학병원급인 강동성심병원은 17.6일이다.

다른 암도 마찬가지다. 위암 수술은 마산삼성병원이 평균 30.3일 입원하는 반면 동아대병원은 11.7일에 불과했다. 마산삼성의 진료비가 동아대의 1.9배였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서울대 의대 교수) 원장은 “유방암 수술의 경우 합병증이 별로 없는 대표적인 시술이기 때문에 수술 일주일 후 퇴원하는 게 정상이며 오래 입원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의 김선민(가정의학 전문의)평가위원은 “중환자실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암 수술도 입원 치료는 가능한 한 짧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만 환자들이 간병인 문제 등 때문에 입원 치료를 고집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비 미포함 논란=이번 조사에서 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대·신촌세브란스병원 등 ‘빅4’의 진료비가 다른 병원들보다 훨씬 낮게 나왔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은 유방·폐·위·갑상샘암 모두 수술비가 적은 병원 5위 안에 들었다. 이유는 이들 병원의 진료 패턴에서 찾을 수 있다. 환자가 수술 전에 입원하지 않고 외래 진료를 받으며 컴퓨터단층(CT)·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 등의 검사를 한다. 이 경우 검사비는 수술 진료비에 포함되지 않는다. 강북삼성병원 한원곤 원장은 “우리 병원은 환자 편의를 위해 수술 2~3일 전에 입원해서 각종 검사를 하고 수술 후에도 계속 입원해 일부 보조 항암제 치료를 받도록 하는데 그 비용들이 이번 통계에 다 잡혔다”고 말했다.

또 ‘빅4’ 병원들은 특진료나 1, 2인 병실료 등의 비보험 진료비가 비싸다. 따라서 이를 감안하면 실제 진료비가 다른 대학병원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신성식·김정수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병·의원이나 약국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건강보험급여를 올바르게 청구했는지 심사하는 기구로 의료계의 검찰로 불린다. 병·의원이나 약국에서 취급하는 건강보험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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